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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쓰리고! 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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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쓰리고! 피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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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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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비가 온다. 농사꾼들에게 비 오는 날은 우중명절이라지만 요즈음은 비닐하우스 농사로 인하여 사계절 일을 할 수 있는 전천후 농사가 되었다. 비닐하우스에서 일을 하는데 비로 인하여 공사판 일을 못하게 된 패거리들이 몰려들어 이죽거리는 말에 호미자루 내 던지고 패거리들과 합류했다. 일이 없다며 집에 빈손 들고 들어가지 말고 한 푼이라도 쥐고 들어가려면 한 판 벌어지며 화투를 펴 드는 패들과 섞였다. 일은 못해서 돈은 못 벌었어도 배는 이미 불렀겠다 밖에는 빗소리요 화투분위기 죽인다.

이월 매조에 꾀꼬리 울고 삼월 고목에 벚꽃이요, 난초지초 온갖 행초 목단 국화에, 시월 단풍에 사슴 뛰노니 이곳이 천국이요 극락이란다. 밍크담요 필요 없고 담뱃내와 손때에 찌든 군용담요 한 장이면 금상첨화란다. 밖에는 눈발 분분히 흩날리는 대신 빗소리 좍좍들리는데 분위기 다운되기 전에 패 돌리란다.

화투짝 넘기니 난초가 활짝 피기도하고 손끝에서는 매화 꽃잎이 날리기도 했으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흑싸리에 꽃이 피어 홍싸리가 되었다. 화투에 몰두하다가 화장실도 못 가고 화투판 한가운데다 똥을 자배기로 싸 놨다. 냄새 난다며 국화잎과 단풍잎으로 덮어 놓니 돈 따는데 거름으로 쓴다며 한쪽에서 쓸어가 버렸다.

화투판에서 본 성질이 나온다더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점점 말라붙고 목소리가 커진다. “미장 형님은 빠지슈. 국가대표가 조기축구팀에 끼어들었으니 당최 게임이 돼야지.” “야. 말마라. 단속이 심해서 하우스(노름판을 일컫는 은어)에서 A매치 뛰어 본 지가 하도 오래돼 예전 같지 않다. 워밍업이나 하게 좀 봐줘라.”

지붕이 뚫렸는지 화투판에 비 폭탄이 떨어졌다. 빨리 비 가림하게 피 한 장씩 걷어 달란다. 비오는 밖에는 뭔 폭탄이 터져는지 천둥이 폭탄 터지는 소리를 내기도 했다. 신경질 섞인 목소리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 화투판도 파투 날 때가 거의 돼가는 것 같다. “김 씨가 점수가 크게 날 것 같으니까 그럴 때 나 청단 한 장 갖다 놓은 것을 보았으면 얼른 청단 한 장을 어시스트해서 견제해야지 어휴 답답해.”

아무래도 화투판이 파투가 나겠다 싶은데, 화투판에 벼락이 떨어졌다. 칠 홍싸리 밭에서 뛰던 멧돼지가 뛰어들 듯 누군가 문을 박차고 번개처럼 뛰어들더니만 이내 천둥이 울렸다. “이 급살을 맞을 인간은 시간만 나면 화투질이야.” 국가대표 마나님이 뛰어들어 화투판을 뒤집어 버렸다. 화투장 사방으로 튀어나가듯 화투 패거리들도 벌써 밖으로 내달음질 치면서 파투가 났다. 바닥에 널려 있던 팔 열끗의 기러기 세 마리도 혼비백산하여 도망가서 꺼먼 민둥산만 보였다. 기러기 꾀꼬리 놀라서 날아가고 흑싸리밭의 참새는 뒤집어진 화투에 깔려 죽겠다고 짹짹거리는데, 김지미만 활짝 피어 희색이 만연하다. 껍질 갖다 놓은 것이 적어 피박 쓸 판에 파투가 났으니 혼자 좋아 죽겠단다.

처마 밑에서 비를 긋고 섰는데 파편으로 튀어 내 몸에 붙어 있던 화투 한 장이 떨어졌다. 놀라서 줄행랑 놓은 꾀꼬리가 앉았던 매화 가지였다. 처마 밑에서 비를 긋느라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며 허공을 응시하는 국가대표 옆에 서서 안에서 나오는 푸념 소리를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노름에 빠져서 하우스를 집 삼아 사는 저놈의 인간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사는 자신의 꼴이 처량하단다.

말을 듣고 보니 집이 두 채다. 주택난으로 인하여 집 장만이 어려운 지금 세상에 집이 두 채면 됐지. 요즈음 보면 아파트 이름도 외제 이름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데 ‘하우스’라는 조제되지 않은 원이름 그대로인 하우스와 비닐하우스 합해서 집이 두 채다. 집이 두 채 이면서도 1가구 2주택에 부과되는 중과세커녕 세금 자체를 안 내고 산다. 속 뒤집어지는 이죽거리는 소리 좀 작작 하란다.

국가대표 댁은 아직까지도 살림 파투 안 내고 잘 살고 있고, 국가대표는 은퇴하여 동네 조기회 급 노름판 뒷전에서 갤러리 노릇 하고 있다. 기상천외(奇想天外). 바다 위 뗏목 하우스에서 고스톱 친 일행이 해경에 덜미를 잡혔다는 뉴스가 있다. 이젠 코로나19 방역지침 때문에 고스톱도 물 가운데 뗏목하우스로 옮겼나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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