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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4] ‘이준석 돌풍’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탄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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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4] ‘이준석 돌풍’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탄핵이다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6.09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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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준석이 돌풍’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기존의 정치인들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그만 집으로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사자인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너나없이 벌벌 떨고 있다. 한마디로 드라마 대사처럼 ‘나, 지금 떨고 있냐’라는 형국이다.

'1985년생 0선'의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몰고 온 돌풍이 한국 정치판에 쓰나미로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준석이 돌풍’은 여야 가릴 것 없이 기존의 정치인들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며 ‘그만 집으로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으로 가라’는 요구는 이 후보의 요구가 아니라 기존의 정치권에 식상하고, 질리고, 분노한 민심이 이 후보를 통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탄핵 열풍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민심이 왜 돌풍을 일으키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합동연설회로 되돌아가 보자.

이날 합동연설회에서 경륜과 다선을 자랑하는 중진의 당권 후보들은 하나 같이 ‘박정희’와 ‘대구 사나이’, ‘영남 홀대’ 등 민심과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말들로 표를 호소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오늘 아침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헌화했다”며 “박 대통령의 통찰력과 혜안, 결단력과 리더십이 그리워지는 때”라고 박정희 향수를 자극했다. 아무리 표가 급하고, 민심이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의 대한민국이 박정희의 유신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아닌가. 국민의힘을 영남당이나 대구당으로 착각하지 않는 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구가 고향인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부터 노골적으로 ‘대구·경북 사나이’를 자처하며 “지역 출신 대통령 두 분은 감옥에 있고, GRDP(지역 내 총생산)는 30년째 꼴찌고, 영남 배제론으로 15년째 당 대표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언제까지 신탁통치를 받아야 하느냐”고 지역감정에 호소했다.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들의 감옥행을 부끄러워할 때 정치는 바로 서는 것이고, 이민족의 ‘신탁통치’라면 감정선만을 건드릴 것이 아니라 목숨이라도 걸어야 하는 일이다. 말의 얕음이 국민들은 바닥을 보지 않아도 가늠할 정도다.

반면 이 후보는 득표에 불리할 줄 알면서도 “박근혜의 탄핵은 정당했다”며 지역 민심을 정면돌파 했다. 그는 “통합의 전제조건은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느냐”라며 탄핵의 정당성을 피력했다.

이 후보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국민들은 표를 얻기 위한 정치가 아니라 소신을 위한 정치의 진정성으로 받아들이며 화답하고 있다. 이 후보의 이러한 연설 이후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지역 응답자의 48.7%가 이 후보를 지지, 단연 선두에 서게 했다. 시대는 생리학적 젊고 늙음이 아니라 생각의 젊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이 후보에게서 걸어 온 길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더라도 마치 노무현을 떠올리게 한다. 이 후보의 돌풍에 깜짝 놀란 기존의 정치권 인사들은 40대도 안된 이 후보의 나이와 국회의원을 한 번도 지내지 않은 이력을 들먹이며 경계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들은 그들이 말하고 있는 경륜을 거부한 셈이다.

국민들에게 경륜은 술수와 민심에 대한 아부의 동의어로 각인된 지 오래다. 경륜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경륜을 내세우는 그들에 의해 변질된 것이니 누굴 탓할 일도 아니다.

야당에 몰아닥친 이 후보의 돌풍은 대선정국으로 가고 있는 민주당이라 하여 예외가 아니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될경우 파급효과는 국민의힘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의 대선 판도마저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일제히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경우 단지 젊은 당 대표라는 상징성을 넘어 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로 이어진다면 9개월 가량 남은 대선에서도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경륜이 없는’ 야당대표가 오히려 여당으로서는 쉬운 상대일 수도 있지만 경륜이 있는 야당대표를 바라는 웃고픈 현실을 민주당이 맞닥뜨리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의 돌풍이 신드롬이 될지, 아니면 대한민국 정치사를 새롭게 쓰는 이정표가 될지는 하루에 결정되겠지만 지금껏 만으로도 정치권이 국민들로부터 탄핵받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내일의 결과가 대통령 선거 이상으로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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