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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허영의 모닥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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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허영의 모닥불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6.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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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김연식 논설실장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삶 속에서 수많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대학까지, 군대생활부터 직장 동호회 향우회 등을 따지면 보통 몇 개의 모임을 갖고 있는 것이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은 웬만하면 회장님이고, 웬만하면 사장님으로 통한다는 어느 외국 기자의 말처럼 우리나라처럼 모임을 좋아하는 나라는 흔치 않을 것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D. 퍼트넘은 그의 책 ‘나 홀로 볼링’을 통해 미국사회의 폐쇄화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회의 유대와 결속이 해체되고 개인주의적 고립이 나날이 증가하는 것이 현재 미국의 사회구조라고 했다.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퍼트넘을 불러 조언을 듣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참고하기도 했다.

퍼트넘의 이 같은 진단은 미국뿐만 아니라 문명이 발달하면서 동서양과 좌우 진영을 막론하고 펼쳐지는 21세기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보통신의 가속도와 소비유통경제 등의 편리성이 발달할수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높다. 우리나라의 나 홀로 세대가 40%를 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지적 허영심’이라는 것이 있다. 자신이 아는 것을 포장해 더 많이 유식하다는 것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위장술이다. 어떤 모임이던 눈에 띄고 특이한 사람이 구성원 중에 한두 명은 꼭 있다. 사장성어를 쓰고 어눌한 영어발음으로 은연중에 영어단어를 동원해 말을 만들어 낸다. 학식이 많은 것처럼, 많이 배운 것처럼 티를 내려고 하지만 그런 사람은 5분 안에 실체가 드러난다.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고 하는 만큼 한계점은 노출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식이 많고 적음을 떠나 과묵하고 진실한 사람은 무게감은 물론이고 말 한마디에도 신뢰성이 쌓인다. 돈이 많은 것처럼, 지식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실과 정의이다. 진실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면 남을 잠시 속일 수 있지만 오래가지는 못한다. 가식과 위장전술이 뛰어난 이중인격자에게 누가 다가서겠는가.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당국은 경기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폈다. 일단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등을 생각하지 않고 시중에 돈을 많이 유통하는 단기적인 처방책을 펼친 것이다. 돈이 자본시장에 유입되면서 실물경기는 살아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더 어려워졌다.

제1금융권에서 제2금융권으로 유입되는 자금은 투자자들의 손에 쥐어졌지만 높은 이자율과 원금 등을 갚지 못해 연쇄 부도가 일어났다. 결국 보여주기 위한 통화정책으로 기업은 무너지고 은행권마저 위기를 맞았다. 이러한 현상을 ‘허영의 모닥불’이라고 한다. 시장경제의 회생을 위해 통화 확대라는 모닥불을 지폈지만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허영으로 끝난다는 논리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1년도 안 남았다. 대선은 3월9일 실시되고 지선은 6월1일 실시된다. 입지자만 해도 수 천 명을 넘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공약만 실천되면 대한민국은 금방 선진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이러니 하게도 이들이 공약하는 대부분은 달콤한 솜사탕에 불과하다. 당선을 위한 단기적인 처방일 뿐 실천가능성은 아주 미약하기 때문이다. 수백억 원에서 수 조원이 들어가는 예산이 동반되기 때문에 공약을 추진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나라의 예산집행은 권력자의 절대적인 힘으로 할 수 없다. 편성과정부터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편성 후에도 의회의 심의를 받아야 집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자들은 마치 본인의 의사에 따라 예산 편성과 집행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유권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성숙한 시민들은 이들의 공약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우선 후보자의 됨됨이와 공약의 실천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다. 정직하고 진실하고 실천할 의지가 강한 후보자가 누구인가를 판단해 표심이 작동하는 것이다. 남을 비방하고 헐뜯는 대가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수작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것이다. 본인의 득표 전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뜻을 세운 입지자는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보다는 자신의 정책과 실천할 의지를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바란다. 지역과 국가 발전을 혼자 다하는 것처럼 모닥불을 지피지 말고 국민과 함께 가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허영의 모닥불’은 잠시 따뜻할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국민들이 더 행복하고 따뜻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온기 가득한 모닥불을 지필 수 있도록 진실하고 정의롭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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