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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정말 내 맘을 몰라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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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의 Again My life] 정말 내 맘을 몰라줄 때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6.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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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사람은 대부분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나의 마음을 몰라 줄 때 정말 답답하고 속상하고 억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버선 발목처럼 뒤집어 보일 수 도 없고 정말 답답하다 못해 화까지 날 때도 있다. 

어렸을 적엔 그런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면 누구나 다 똑똑해지고 현명해지는 줄 알았다. 
막상 내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고 보니 내 주변엔 내 어릴 적 보았던 답답한 사람과 못난 사람도 그냥 그대로 어른이 되어있었다. 
혹자는 이야기 한다. 나이가 든 사람 중엔 정말 어른이 있고 그냥 나이든 노인이 있는 것이라고,
그래, 사람 사는 집단이니 별별 사람이 다 존재한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속해 있는 주변엔 그렇게 비양심적이거나 상식에 어긋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에 난 위안을 갖고 산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나를 가끔은 파렴치한으로 몰아 갈 때가 있다. 

퇴직을 하고 이제 흙과 더불어 사는 농부가 되었다. 
다른 직업과 달리 농부라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사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물론 요즈음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하우스 재배를 하는 농가는 하늘의 섭리를 조금은 덜 받고 산다. 하늘만 바라보고 사는 노지 농부와는 달리 내 마음대로 하우스 안의 온도를 조절하고 물의 양도 조절하고 출하시기도 조절한다. 
하지만 노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는 아직도 하늘의 뜻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비가 오는지 날이 맑은지, 바람이 부는지 
이 모든 걸 나의 뜻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대로 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자연에 순응함을 알고 진심이란 걸 이야기하며 정성이란 말로 많은 노력을 한다. 

난 제주로 귀농해서 유기농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다. 
참 힘들다. 

친환경 유기농이라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사람들은 내가 먹는 농산물은 유기농이기를 바란다. 
농약도 쓰지 말아야 하고 비료도 쓰지 않고 자연적으로 재배하기를 원한다.
내가 먹는 식품을 그런 것이어야 한다며 열심히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다. 
하지만 그런 농사를 짓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우리 농부들의 모습은 별로 안중에 없다. 그 수고와 노력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기농이 좋은 줄 알면서 유기농 농산물을 찾으면서 식품코너에서 야채를 고르고 과일을 고를 때는 예쁘고 빛깔 고운 것만 찾는다. 

세상에 모든 걸 다 갖춘 친환경 농산물이 어디 있으랴
예쁘기도 해야 하고, 모양도 일정해야 하고 빛깔도 고와야하고, 맛도 좋아야 하고

나도 귀농하기 전까지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일반 사람이었다. 

과일코너에서 과일을 고르면서 다 같은 과일인데 왜 우리 농산물은 이리 비싸지?
과일이 다 거기서 거기지? 수입과일 싸고 좋은 데 꼭 비싼 우리 과일이어야 할 이유가 무어지? 그러면서 나도 도심의 대형마트에서 보기도 좋고 크기도 크고 그리고 값도 싼 수입과일을 장바구니에 담아서 오곤 했다. 

하지만 내가 귀농해서 농사를 짓다 보니 우리 과일, 우리 농산물, 유기농과일이 왜 좋은 건지 이제 알 것 같다. 

유기농블루베리를 재배하려면 엄청 힘들다, 
제초제 한 방이면 해결 될 잡초들을 일일이 뽑아가며 풀과의 전쟁을 치르고, 농약 한 방이면 해결 될 해충들을 손으로 하나씩 잡아 없앤다, 
그렇게 진심과 정성으로 기른 유기농블루베리를 육지에 택배로 보내면 몇 알 씩 터져 버린 이 녀석들 탓에 난 곤욕을 치른다. 
‘ 어떻게 이 따위 물건을 보냈냐?’
‘ 당일 수확해서 보낸 다더니 어쩜 이런 물건을 보냈냐?’

블루베리의 특성상 2-3일만 지나도 무르기 시작하고 택배 과정에 조금만 방심해도 몇 알씩 터지는 일이 발생하다. 특히나 요즘 같이 택배 대란이 일어난 시국에 보내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을 거란 건 짐작이 간다. 이렇게 몇 알 터지면 이 녀석들은 상자에 뻐얼건 물이 생긴다. 
물론 구입한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속상하고 화 날만 한 일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농부들은 본인들이 보내는 물건에 최선을 다한다. 고객들이 말하는 이 따위 물건들은 애초에 택배로 보내질 않는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라 100% 모든 농부가 다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농부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녀석들은 자연에서 자란 녀석들이다. 공산품이 아니다. 맛과 크기가 약간은 다를 수 있다. 한 나무에서 따도 조금 씩 다 다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똑같은 물건이 아니다. 

그렇게 무른 블루베리가 대형 마트 수입코너에 가면 한 달 이상을 배타고 건너왔는데도 아주 탱글탱글한 모습으로 값도 저렴하게 자리하고 있다. 어떤 이유일까? 국내산 그것도 유기농블루베리는 이틀이 못 가 물러지는데 한 달을 넘게 건너 온 이 녀석들은 아주 제 모습 갖추며 싱싱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그건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힘들게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을 조금만 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소한 이 따위 물건을 보내는 농부들은 없다는 믿음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럴 때가 정말 억울하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속상한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거기에 대한 해결책도 농부의 입장에서는 함께 해결하고 보상하려고 충분히 노력한다. 그러니 제발 농부의 이 따위 물건을 보내는 파렴치한 사람 취급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도 그런 소비자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 농부가 되고 나서야 농부의 마음을 이해하는 한사람이 되었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그동안 도심에서 바쁘게 살며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한 부분을 이해하며 성장하게 하는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그래서 귀농해서 사는 이 생활이 참 좋다, 
그래서 감사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명실 사회적기업 폴개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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