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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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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힘,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봐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6.2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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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자당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지난 9일 감사원에 조사를 의뢰했다가 하루 만에 감사원으로부터 거부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조사권한이 없는 것을 알면서도 자당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한 것은 이해가 잘 가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측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법을 개정해서라도 감사원에서 감찰을 받자는 주장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으로부터 반려 당한 자당 의원들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결국 지난 11일 권익위원회에 의뢰하게 됐다.
 
국회의원 102석의 거대 야당이 의원들과 가족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를 당초 감사원에서 의뢰한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하면 민주당 출신의 전현희 위원장이 있는 권익위가 칼자루를 쥔 조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전 위원장은) 비교섭단체 5당의 전수조사 의뢰에는 즉각 직무회피를 신청했다”며 “이 기준이 당연히 국민의힘 부동산 전수조사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현희 위원장의 ‘친정’인 민주당은 일단 논쟁에 말을 얹기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측 일부 의원들은 감사원법을 개정해라도 감사원에서 감찰을 받자는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원 포인트로 감사원법 24조를 빨리 개정하자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현행 감사원법 24조는 감사원의 감찰 대상으로 정부조직법 및 그 밖의 법률에 따라 설치된 행정기관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공무원의 직무,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와 그에 소속한 지방공무원의 직무 등을 감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 3항에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 소속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결국 김기현 원내대표 등의 주장은 감사원법 24조의 제외 대상에서 ‘국회’를 삭제해서라도 자기 당 의원들에게 감사원 감찰을 받게 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국민의힘 구상에 대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삼권분립 위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현행 헌법 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 하’에 두도록 하고 직무에 관한 감찰의 경우 그 대상을 행정기관 및 공무원으로 정한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이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에 속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직무를 감찰하게 할 경우 그것은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견해다.
 
현행 헌법이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하에 둔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감사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감찰은 삼권분립 위반에 해당하게 된다.

감사원법 개정을 통해 감사원의 감찰 대상에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것이 위헌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감사원의 감찰 대상에서 국회 소속 공무원을 제외하도록 한 감사원법 24조 3항의 입법 경과에도 나타나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 국민권익위는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들 가운데 12명이 부동산 거래·보유 과정에서 위법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그 내용을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
 
권익위는 민주당 국회의원 174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을 대상으로 지난 7년간 부동산 거래를 전수 조사했고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의혹이 확인된 12명 중 6명은 민주당 의원 본인이며 나머지 6명은 의원의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국민권익위 전수조사 결과 의혹의 경중과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전원 탈당’이라는 초유의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부동산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내로남불’ 시비를 끊어내면서 정권 재창출의 도덕적 기반을 재건하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일부 당사자들이 결백을 강조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사실상 출당 사태 수습에 큰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단호하게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 민심을 얻어보려는 몸부림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민의힘 일부 국회의원들이 여당 의원들보다 부동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소문 때문인지 몰라도 이번 부동산 투기 의혹 조사를 권익위보다 편한 감사원에서 받기를 원해서 한 취한 조치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천, 차천이던 간에 최재형 감사원장을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인식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경우야 여야 공히 권위 있는 독립기관의 공정한 조사를 함께 받는 것일 테지만 정치는 현실이란 것도 인정해야 한다.

헌법을 자주 개정하게 되면 누더기 헌법이 돼버려 국가 위상도 추락하고 이로 인한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 할지라도 자당의 편의를 위해 법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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