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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피임약,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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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피임약,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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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7 15: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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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혁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주임과장

지난 세기 인류의 역사를 바꾼 최고의 발명품은 무엇일까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원자 폭탄 또는 우주왕복선을 제치고 1위로 꼽힌 것은 놀랍게도 피임약입니다. 피임약은 1960년 미국에서 처음 공식 판매를 하였습니다. 피임약의 원리는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을 혼합하여 만든 알약을 매일 한 알씩 복용하여 배란과 임신을 억제합니다. 최근에는 피임 목적뿐만 아니라 자궁의 과다 출혈, 생리통, 생리 전 증후군 등 부인과 치료와 여드름의 치료까지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피임약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작은 한 알만 꿀꺽 삼키면 되는 편안한 약이지만, 피임약을 복용한 젊은 여성에서 혈전으로 인한 사망 사례도 드물게 보고되고 있어 매우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복용 전에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에 복용하길 권합니다.
여러분의 상식은 어느 정도인지, 피임약 Q & A로 알아보세요.

● 피임 효과가 더 높은 피임약이 있나요   
없습니다. 생리 첫날로부터 5일 이내에 첫 알약을 시작하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한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모든 피임약의 피임 효과는 동일합니다. 오히려 12~24시간 이상 약을 먹지 않거나 피임약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약물을 같이 복용할 때 피임 효과가 줄게 됩니다. 완벽한 피임은 규칙적인 복용 습관이 첫 번째입니다.

● 오래 먹으면 나중에 원할 때 임신이 잘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피임약을 중단하면 보통 1~3개월 안에 자신의 원래 생리 주기로 다시 돌아갑니다. 피임약을 중단하면 바로 혈액 안의 약물 농도가 줄기 시작하고, 여성의 대뇌 - 뇌하수체 - 난소를 연결하는 여성호르몬 생산 공장이 재가동되어 자연 배란이 되고 임신도 가능합니다. 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방사선처럼 몸 안 어디엔가 차곡차곡 쌓여서 난임도 될 수 있고, 심지어 암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이 있어요. 오해입니다. 모든 먹는 약처럼 피임약도 소변과 대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됩니다.

● 고3인데 수능 시험날 즈음해서 생리가 나올 것 같아요. 생리를 연기하고 싶어요
시험 2~3일 전부터 피임약을 먹으면 늦습니다. 최소 일주일 전부터 시작하여 시험 당일 날까지 복용합니다. 피임약의 흔한 부작용으로 미식 거리고, 구토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임약을 처음 먹는 학생은 1~2달 전에 미리 먹어보고 부작용이 있는지 관찰하는 방법도 추천합니다. 흡연, 과다 체중, 항뇌전증제 또는 계속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꼭 의사와 상의하고 먹어야 해요.

● 주말에 응급실에서 처방받은 사후피임약(응급피임약)을 먹고 3일 지나면서 계속 출혈이 되고 있어요. 출혈이 있으니, 임신이 안 되겠죠
알 수 없습니다. 사후 피임약은 사전 피임약의 4배 이상 높은 용량의 호르몬제로 보통 단 한 번 1~2알을 먹고 피임 효과를 기대합니다. 약을 먹고 2~3일 지나면 혈중 농도가 떨어지면서 자궁내막의 출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전 피임약은 규칙적 복용으로 99% 피임 효과를 보고하지만, 사후 피임약은 10% 정도 실패한다고 합니다.  자궁 내막의 출혈이 있어도 임신의 가능성을 완전 배제 할 수 없습니다.

● 45세 주부인데, 몇 달 전부터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지더니, 새벽에 자주 깨고, 무척 피곤해요. 아직 1~2달 간격으로 생리를 하는데, 피임약을 먹으면 폐경을 늦출 수 있을까요
피임약을 꾸준히 먹으면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게 되죠. 이런 이유로 배란 장애가 오래된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피임약을 처방합니다. 폐경이란 때가 다가와 난소의 기능이 저절로 정지하는 자연현상으로 늦추거나 억제할 방법이 없습니다. 약을 먹고 생리(자궁내막의 출혈)를 규칙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난소 기능 정지로 인한 노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만 35세 이상, 흡연 여성은 피임약을 먹지 말라고 합니다. 보통 40세가 넘으면 절반 정도에서 자궁 선종이나 자궁근종이 있습니다. 게다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이 발생하지만, 검사를 안 해서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궁을 포함한 기초 검사를 확인하지 않고 약을 먹으면 하혈이 생기거나, 드물지만 혈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옵니다.

이제까지 여성이 복용하는 피임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앞으론 20년째 연구만 하고 출시되지 않는 남성 피임약도 곧 소개할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장재혁 분당제생병원 산부인과 주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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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산 2021-07-01 10:13:42
알기 쉽게 잘 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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