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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불행한 행정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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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불행한 행정체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7.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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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우리나라 행정구조는 매우 복잡하다. 이웃나라 일본의 영향을 아직도 받고 있다. 행정구조에 대한 물음에 정상적으로 답을 하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 공무원조차 쉽게 답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 우리나라 행정 체계이다. 그렇다고 행정체계나 구조를 모른다고 해서 잘못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있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또는 필요에 따라 땜질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구조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 제정이 일괄적인 적용 보다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지역의 민원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체계를 두고 대대적인 조정을 원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행정구역의 통폐합은 어느 한 지역의 지명이 사라질 수 있고,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바라볼 상황도 아니다. 너무나 기형적인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시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행정체제는 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로 구분되어 있다. 자치제도가 시행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광역단체는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일반도(道) 등 형태도 다양하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특별시 1개, 광역시 6개. 특별자치시 1개, 특별자치도 1개, 일반도 8개 등이다. 이들 17개 자치단체는 모두 광역자치단체로 구분되지만 명칭은 제각각이다. 특히 인구 편차도 제각각이어서 작은 곳은 70여만 명, 많은 곳은 1,200만 명을 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역은 인구와 면적 등에 상관없이 광역자치단체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도 제각각이다. 기초자치단체는 현재 시군구로 구분되어 있다. 인구가 50만 명을 넘는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구청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치권을 주지 않는다. 광역단체의 경우 구청장과 구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지만 일반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구청장은 임명제이다. 그리고 제주도의 경우 특별자치도라는 명분 때문에 제주시장과 서귀포시장은 제주도지사가 임명하는 임명직이다. 때문에 제주시의원과 서귀포시의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도의원만 존재할 뿐이다.

행정구조와 체계가 이렇게 복잡하다 보니 정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물론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도 어려울 수 있다. 그것도 행정학을 전공하거나 지리학을 전공하는 등 관심이 있는 사람은 조금 알 수 있으나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다. 더구나 각 도의 도청소재지를 아는 것도 만만치 않다. 과거 초중고등학교 시험문제에도 나오고, 일반상식 문제에 출제될 만큼 관심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어디에 어느 도시가 있는지 알아야 할 이유도 많이 사라졌다.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충청남도 등은 대구 광주 대전이 각각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도청소재지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전했기 때문에 인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초자치단체도 인구가 많은 곳은 광역시와 같은 구청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혼란스럽다. 여기에 과거 부산 인천 울산 등 광역시에는 과거 없었던 군(郡)이 통폐합 과정에서 기초단체로 존치되고 있는 등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또한 군 단위에만 있었던 읍면동이 시(市)에도 있고, 시에만 존재하는 동(洞)이 군 단위에도 존재하는 등 행정구조와 체제의 혼란은 설명이 부족할 정도이다.

특히 인구문제로 인근 지역과 통폐합된 지역은 행정동과 법정동이라는 명목으로 제각각의 지명을 사용해 공무원조차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또한 지금의 행정구역은 지나치게 인구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으며, 인구 2만 명의 군과 100만 명의 시가 같은 기초자치단체로 운영되고 있는 등 균형도 맞지 않고 있다. 때문에 면적과 인구 등을 고려한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한 나라의 행정 구조를 쉽게 이해하고 체계화 된 행정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행정업무를 한다는 것은 예산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인력 낭비이다. 행정구역 개편은 역사적으로 계속 바뀌어 왔다.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 고려 조선 등을 거치면서 수 없이 변경됐다. 지금의 도(道) 중심 행정체제는 고려의 5도 양계를 비롯해 조선시대의 8도 체계 등이 기초가 됐다.

우리나라는 최근 일제가 만든 지번 중심의 주소를 도로명으로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행정구조 개편은 지명과 행정서비스 등 많은 민원이 따를 수 있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전국의 기초자치단체를 100개 안으로 통합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업무는 축소하되 상징적으로 존치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의원정수 등도 조정이 쉬워진다. 정부는 불안정한 행정체계가 더 불행하기 전에 개선방안을 세워야 한다. 차기 대선주자도 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 특별자치도 시 군 구 읍 면 동 리 마을 등의 명칭을 체계에 맞게 통일하는 방안을 공약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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