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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이건희 컬렉션, 의령에서 인류를 보듬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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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이건희 컬렉션, 의령에서 인류를 보듬게 하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7.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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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경남도지사와 의령군수, 그렇게 하려면 물러나라. 세계 최고 수준의 보물단지 이건희 컬렉션을 그 땅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뭐 하러 사나. 직(職)만이 아니고 도민·군민과 함께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다. 이는 실은 나라가 사는 길이다.

기어이 서울 한복판에 저 보물을 풀겠단다. 서울 사는 필자 얼마나 좋을지 안다. 서울과 용인의 호암 설립 미술관에서 충분히 황홀해 보았다.

그러나 서울만 풍요로운 ‘서울공화국’ 대한민국은 두렵다. ‘세금 많이 내는 서울시민이 누려야 한다’는 이들의 미래도 걱정한다. 지방 없이 서울 없다. 아이 없이 나라 없을 것과 같다. 아이의 아이까지만 염두에 두어도 답은 나온다.

망조(亡兆) 집어든 것으로 본다. 대통령도 다시 생각하라. 여야 대선후보들도 당장 저리로 손가락을 돌리라. 물실호기(勿失好機)다.

그 컬렉션의 가치를 새삼 설명할 필요는 없다. 대신 저 컬렉션이 의령 같은 ‘서울서 먼 곳’으로 가서 지구촌의 새 신화를 빚는 것을 그려본다.

의령은 삼성 설립조(設立祖) 이병철의 고향이자 시발지(始發地)다. 의령이 아니라도 충무나 고흥도 좋겠다. 그러나 인연을 따르는 게 방법이다.

박수근미술관 들어서면서 양구군에 햇살 비친다. 섬에 벽화와 12사도 순례길 들어서니 국토 서남단 신안군에 사람 몰린다. 경제(학)의 한 개념, ‘세이의 법칙’을 떠올린다.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수없는 사례들이 줄을 선다.

누가 의령에 가느냐고? 장담한다. 인류가 온다. 전 세계인이 몰리게 하라. 신공항도 개념을 저기에 맞추라. 동아지중해가 저 보물로 꽉 차는 큰 그림을 그려보라. 서울의 여러 문화시설 숲속의 하나로 주저앉히지 말라. ‘물건’이 다르다. 차원이 다르다.

루브르 뮤지엄은 파리에 있다. 그 곳의 한 여자 모나리자에 얼마나 거대한 인파가 몰리는지 모르는 사람 없다. 루브르 아부다비는 아랍에미리트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겨냥해 파리 루브르와 딜을 해 만들었다. 아랍유물까지 루브르 이름으로 품으니 세계적 명소가 됐다.

지구촌 ‘먹고사니즘’은 치열하고 처절하다. 문화의 힘을 못 보는 우리의 맹점(盲點)이다.

새로운 과학문명은 의령의 ‘인류를 위한 이건희컬렉션’을 서울 사람도 현지에서와 다름없이 즐길 수 있게 한다. 데이터 고속도로 같은, 삼성전자 기술의 앞날이기도 하겠다.

우리가 일본이나 프랑스처럼 문화국가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묘한 기회다. 나라와 국민이 나서야 한다. BTS와 강남스타일, 화장품한류 말고도 한국이 세계를 매혹하는 건덕지를 계속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포스트 한류의 먹거리이기도 할 것이니.

일본이 코로나19 진흙탕에 주저앉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지구촌은 저 나라를 ‘문화나라’로 본다. 세계는 한국은 어떻게 볼까? 우리는 지금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엄정하게 명상할 일이다. 우리나라에 문화가 있는지. 문화정책이 있는지. 뭐하라는 장관인지.

저 큰 그림 안에 대한민국의 지금 고민을 담아보라. 저런 기회 날려버리면 따로 어떤 균형발전책이 가능할 것인가. 이건희컬렉션, 두고두고 후회 말고 의령으로 가져가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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