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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금도’의 뜻 망치는 후보가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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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금도’의 뜻 망치는 후보가 누구냐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7.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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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큰 선거 다가오니 대통령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나 측근(側近)들 입에서 이런 엉터리 말 자주 삐져나온다. 글 바르게 읽고 쓰자고 늘 핏대 세워온 보람 한순간에 허무해지는 듯하다. ‘금도’라는 아름다운 말, 이렇게 망가지면 안 된다. 한자로 ‘襟度’다.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그린 상형문자(象形文字)다. 이번 올림픽 개막공연에서 쇼의 형태로 선보여 눈길을 끈 픽토그램과 발상(發想)이 거의 같다. 가시오 서시오 등 교통표지, 여러 이모티콘들이 대표적인 픽토그램이다.

금도의 襟자도 픽토그램의 원리로 풀어보자. 금(襟)의 한 부분인 ?는 衣(의)의 생략형으로 ‘저고리’를 그린(뜻하는) 그림이 글자가 됐다. 의상(衣裳)은 치마저고리의 한 벌이다.

뒷부분 禁(금)은 수풀 림(林)과 보일 시(示)의 합체다. 示는 제사(祭祀) 때 제물을 올리는 지내는 제단이다. 신에게 정성과 제물을 보인다고 하여 ‘보일 시’가 됐다. 숲 속의 제사는 당연히 속세의 음란(淫亂)이나 시끄러움을 금지했다. 禁이 막거나 단속한다는 뜻이 된 내역이다.

저고리(衣 ?)는 단추 잠그듯 섶으로 묶어 풀어지지 않게 해야(禁) 한다. 襟의 훈(訓 뜻)은 ‘옷깃’이다. 그 옷깃의 안쪽은 가슴이다. 가슴은 마음이다. 글자의 의미는 이렇게 넓어진다. ‘통이 크다.’는 말은 가슴이 크다는 것으로 짜잔하지 않다, 호방(豪放)하다는 말이다.

‘크다’는 뜻 덕(德)과 가까운 개념이 금도(襟度)다. 度는 ‘그릇’이다. ‘마음의 통이 얼마나 큰가.’ 하는 정도(程度)가 금도다. 비유적으로, 다른 사람을 (그의 잘못까지도) 포용(包容)하고 이해하는 국량(局量)인 것이다. 진선미(眞善美)를 다 합친 것 같은 호연(浩然)한 말이다.

쩨쩨하게 말꼬리 잡는 논란으로 납세자 유권자인 시민을 우롱하는 이들 입에서 자주 ‘금도를 넘었다.’ ‘금도를 지켜라.’ 따위의 비문(非文)이 난무한다. 경험상 대개 이런 이들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후보다. 선거의 계절,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다. 자격을 묻자는 것이다.

금지(禁止)라는 말과 혼동해 생겨난 잘못된 어법이 유행을 타는 것으로 보인다. 근사하고 있어 보이는, 유식한 한자숙어라고 생각했을까. ‘넘어서는 안 될 선(線)’ ‘인내할 수 있는 한계’와 같은 의미로 쓰는 듯하다. 어떤 경우는 금도(禁道)라는 듣보잡 한자를 써넣기도 한다.

‘그런 뜻으로 써도 되지 않겠는가.’하는 ‘주장’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 중국 일본 어디에도 그런 단어는 없다. 또 그런 주장을 위해 ‘남을 포용하는 국량’이라는 기쁜 뜻이 상처를 입을 것을 걱정한다. 그런 의도의 작문에는 ‘절제의 범위’나 ‘한계’와 같은 말로 고쳐 쓰기를 권한다.

다른 한자를 쓰는 ‘금도’도 있다. 琴道는 가야금연주법, 禁盜는 도적질 금함, 金途는 돈 융통법, 金桃는 복숭아의 한 종류다. 이런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는 한국어의 숙제 중 하나다. 우리 언중(言衆) 대다수가 한자를 쓰지 않는, 알지 못하는 상황이어서다.

시민 상호간의 소통(疏通)에서 늘 크고 작은 문제가 생겨난다. “그 말이었어? 나는 이런 뜻(으로 한 말)이었는데...”와 같은 상황 말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여하튼, 금도의 (원래) 뜻 망가뜨리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말자. 유권자는 힘이 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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