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대권 잠룡으로서 언어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대권 잠룡으로서 언어 선택에도 신중해야 한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8.05 1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공정과 상식도 말로만 할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설화에 휩싸이고 있다. 언론 인터뷰나 공개 석상에서의 윤 전 총장 발언이 툭하면 도마에 오르고 참모들이 “오해다” “와전됐다” “왜곡이다” 등 해명에 나서는 패턴이 반복된다.정치에 입문한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신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수차례 논란의 빌미를 제공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윤 전 총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인용해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면 몰라도 (돈이)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아래 식품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각종 행정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권의 과도한 남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취지라지만 예를 잘못 들었다. 빈부를 떠나 모든 국민이 양질의 식품을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올바른 인식이다.
 
후보 지지율이 역동적이어서일까. 대선 지형이 요동친다. 한 주가 무섭게 그래프의 높낮이가 달라진다. ‘태풍의 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야권 1위란 무게감도 있지만 지지율의 가변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석열의 지지율 추이가 대선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풍향계라는 의미다. 정치인 변신 후 윤 전 총장의 기상도는 ‘흐림’. 기복은 있지만 대체로 하향곡선이다. ‘보수 본색’을 드러내자 중도층이 이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잇단 설화(舌禍)도 하락세를 부추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윤석열의 언어는 거칠고 단선적이다. 지난달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선 지난해 2월의 ‘대구 봉쇄’를 거론하며 “철없는 미친 소리”라고 격앙했다. “다른 도시 같았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치 기술도 부족하다. 주 52시간제의 탄력적 근무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주 120시간’ 아예 입에 담지 말았어야 했다. 노회한 정치인이라면 ‘주 120시간’이란 말이 먹잇감이 된다는 걸 예견했을 거다.

“나눠줄 거면 세금을 걷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대목에선 경제적 소양의 한계가 드러난다. 조세의 순기능과 소득재분배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다. 더 많이 걷어 더 많이 나눠주는 게 북유럽 모델 아닌가.

대선 출마 선언 후 윤 전 총장이 뱉었던 말을 톺아보면 ‘빼박’ 보수다. 그것도 농밀한 보수다. 한데 그의 행보는 결이 사뭇 다르다. 보란 듯이 광주를 찾아 구애하고 진보 인사들을 만난다. 마음과 손발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중도층을 겨냥한 광폭 행보라면 정치철학과 정체성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

윤석열이 국민의힘 입당을 망설인 건 중도 확장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치인 윤석열이 노정한 정체성은 국민의힘과 데칼코마니다. 입당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본인과 가족 의혹 공세에 대한 조직적 두호(斗護)를 위해서도 정당의 방호벽이 필요할 것이다.

입당하는 순간 당내 대선 주자들의 거센 견제에 직면한다. 입심 좋은 검찰 선배 홍준표는 윤석열에겐 더없이 껄끄러운 존재다. 홍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 윤석열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공격은 자기부정 아니냐”며 힐난하기도 했다. 포화는 늘 지지율 1위에게 집중되는 법. 경쟁 후보들의 돌림 폭격을 각오해야 한다.가족 의혹이 당내 경선 주자에 의해 까발려질 위험도 있다.

게다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이란 아킬레스건이 입당과 함께 다시 도질 게 뻔하다. 박근혜가 사면될 경우 소용돌이는 더 거세진다. 이런 정황을 미리 짚은 걸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석열이 3지대에 머물다가 11월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후 입당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차피 윤석열의 선택지는 조기 입당과 11월 단일화 두 개밖에 없다.

어쨌거나 윤석열은 ‘매력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다. 대선 출마 후 보여준 건 문재인 정부 때리기가 거의 전부다. 여태껏 정책·공약·비전·어젠다는 오리무중이다. 언변은 거침이 없으나 정제되지 않았다.오버가 심하고 때론 과격하다. 절제가 필요하다. 윤 전 총장이 새겨야 할 경구가 있다. ‘직이불사(直而不肆) 광이불요(光而不燿)“. 곧으나 너무 뻗지는 않고 빛나되 눈부시게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노자 도덕경에 나온다. 야권 유력 대권 주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인 것은 사실이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실언은 정치가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를 깎아 먹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