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열의 窓] 계란 파동, 수입만이 능사는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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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계란 파동, 수입만이 능사는 아냐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8.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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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계란 값이 어느 덧 한판(30개)에 7천원을 훌쩍 넘겼다. 올해 초에는 1만원을 넘었다고 하니 지금 상황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구나 좋아하고 쉽게 사먹을 수 있던 계란도 이제는 몇 번을 고민하며 구입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산란계(알을 낳는 닭)가 1,671만수가 살처분되면서 계란생산과 공급이 부족해지는 원인이 됐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축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2분기 국내 산란계는 6,587만 마리로 전년 동기대비 905만 마리(-12.1%)가 줄었다.

더 큰 문제는 태어난 지 6개월이 넘은 산란계의 수다. 산란계는 6개월 령부터 알을 낳기 시작한다. 2분기 6개월 령 이상 산란계는 4,846만 마리로, 평년(5,338만 마리)의 90%가량이다. AI 사태 이후 빈 자리를 병아리 입식으로 채우고 있지만, 알을 낳을 수 있으려면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계란 공급량과 가격이 정상화되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유례없는 계란 파동이 반 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산란계 관측 6월호’를 통해 계란가격이 6월 말이면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시장은 그런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아직까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6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계란가격은 전년보다 무려 54.9%나 올랐다.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5월~7월)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38개 계란제품의 7월 가격이 두 달 전인 5월보다 1.6%에서 20.2%까지 올랐다. 8월 18일 대형마트에서 대란 한판(30개)이 9,290원에 판매되고 있다. 평년 평균 가격 5,223원보다 월등이 높은 수준이다. 제빵업계는 계란 수급 문제로 카스텔라, 머핀, 롤케이크 등 계란 사용량이 많은 일부 품목의 경우 생산을 중단 또는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생산량이 줄고 있는데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1일 기준 계란 생산량은 일평균 4,050만개로 지난해 평균(4,640만개)보다 12.7% 적은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1분기 가구당 평균 계란 구매량은 137.7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9.1개 보다 6.7% 증가했다. 코로나19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수요가 늘면서 가정 내 계란 소비가 늘어났다.

정부는 계란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수급 및 물가안정화를 위해 지난 1월부터 미국산 계란 수입에 나섰다. 상반기에 수입한 계란 수만 2억 개다. 보통 6개월이 지나면 계란을 생산하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임시방편으로 계란을 수입한다는 단순한 대안이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국내생산이 회복되지 않아 6월 말 종료 예정이었던 수입계란에 대한 무관세 조치도 연말까지 연장했다. 우리나라의 하루 계란 소비량은 4,500만 개 정도이다. 정부가 2억 개를 수입해봤자 4~5일 이면 동나고 만다.

정부가 상반기내 부족한 계란 공급을 보충하면서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에 의존했으나, 국내 수급에 실패를 한 셈이다. 하반기에도 수입물량을 확대 해 가격을 안정화시킨다니 그저 난감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수입계란이 일시적 조치가 아닌 사실상 시장을 개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이유이다.

계란은 우리나라 농축산물 가운데 100% 자급자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식품 가운데 하나다. 역대 최악의 AI 때문에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 계란 값은 요지부동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를 급하게 졸속 해결하려고 시장부터 개방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 격이다.

수입계란이 국내 계란가격의 안정화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가뜩이나 AI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계농가의 생존에 위협을 가중해 준다는 것이다. 현재 양계농가는 계란가격이 올라도 유통과정의 불공정으로 이익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차라리 국내 계란의 전반적인 유통시스템을 점검하고, 양계농가의 전염병 예방, 재 입식을 집중 지원해 수급안정과 농가경영합리화라는 근본적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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