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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산 꽃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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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산 꽃 대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8.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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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산 꽃 대화
       - 김정헌 作

 
다소곳한 너를 두고
그냥 갈 수 없어
시선이 자꾸 머문다
가냘프고 소담스러운 모습
그 옛날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이웃집 순이의 모습이 겹친다
말 못하고 혼자서 하는 말
연극 대사라도 독백하다 보면
바람이 흔적마저 지워버렸지
옛 생각에 젖노라면
애간장만 타는 마음뿐
심심산골 누가 보아줄 사람 없어도
"괜찮아요"
"나는 외롭지 않아요"
애써 하늘거리는 의연한 자태
옳아! 세상살이 올곧게 살았으니
그리고
제 할 일 다 했으니
그래 꽃피고 열매 맺었으니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세상이 싫지 않아도, 세상이 버리지 않았어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 아무도 없는 산골에 살고 싶을 때가 있다.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죄를 짓지 않았어도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삶이 싫어서가 아니라 원초적 본능에 의한 일탈이다. 사람은 원래 혼자였다. 

처음부터 집단을 이룬 게 아니라 여기저기 떨어져 살다가 편리함을 위하여 협동하게 되고 단체를 이뤄 하나의 사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원초적인 의식은 사라지지 않고 지금까지 유전자로 남아 그렇게 산다. 

사람은 반반이다. 
독립을 원하는 부류와 단체를 이루려는 부류가 나뉘어 섞이게 되고 서로 화합하다가도 어느 때는 일탈하여 혼자의 생활을 즐긴다. 
그때는 미래의 상상보다는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고 혼자라는 만족감이 넘쳐 회상의 시간을 많이 갖게 된다. 

그러나 누가 ‘괜찮아요’ 묻게 되면 ‘나는 외롭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는데 과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다일까. 

남이 보고 느낀 모습이 정답일 때가 많다. 
김정헌 시인도 마찬가지다. 

산길을 가며 혼자 핀 산꽃을 만나 옛 시절을 떠올리고 이웃집 순이가 불현듯 나타나 연극무대의 독백을 하듯 대화에 열중한다. 
그러다가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며 모든 환상을 흩트려버린다. 
그때 느낀다. 
나는 외로운가. 
나는 행복하다, 반복되는 생각에 애써 의연한 척 하게 된다. 

그러나 정말일까. 
사람 사는 세상에서 외롭게 보이는 사람에게 외롭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다. 

괜찮아요. 외롭지 않아요. 하며 오히려 남의 일에 간섭한다는 오해를 받게 된다. 

김정헌 시인은 여기에 착안하여 작품을 썼다. 
자신의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세상살이를 올곧게 살았고 누가 뭐래도 나는 사람답게 살았다는 호언이다. 

더구나 꽃 피워 열매를 맺었지 않았는가. 
남과 똑같지만 세상을 향해 자신을 내세운 호기는 분명 시인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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