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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칼럼]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과 초심(初心)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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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칼럼]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과 초심(初心)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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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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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 강원 정선경찰서장

정선경찰서장으로서의 지난 1년을 회고하며

지난해 여름 이즈음의 강원도는 조금은 어수선했던 것 같다. 엄청난 장맛비로 인한 자연재해와 더불어 일부 지역에서는 인재까지 겹쳐 희생자들에 대한 업무지시가 누구인지에 대한 실체 논쟁과 그 해법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되던 시기였다.

또한, 지자체 단위의 면적으로는 강원에서는 네 번째이고, 전국에서도 일곱 번째로 넓은 정선지역 또한 폐광지역인 정선의 재정적 존립 문제, 동계올림픽 이후 남아있는 경기장의 관광자원으로의 활용 문제, 그리고 경찰서 차원에서도 일어나서는 안될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일상은 팍팍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아리랑의 고장인 정선은 모두 민과 관을 아우르는 해법찾기와 그리고 우리 몸 속에 녹아있는 아리 아라리의 은근과 끈기, 애절함보다 더한 강인함으로 그 어려웠던 난제들을 하나하나 말끔하게 해결하는 척박함 속에서 긴 생명을 이어가는 강원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전국(戰國)시대에 이런 이야기가 전해 온다. 진(秦)나라의 세력이 강해지자 진의 무왕(武王)은 자만하기 시작했고, 이에 어느 신하가 왕에게 이르기를 “지금 대왕께서는 위(魏)와 조(趙)를 얻으신 것에 만족하시고, 제(薺)를 잃은 것은 가벼이 생각하고 계시는 듯 하옵니다”

“자고로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라는 말이 있듯이 대왕께서 천하통일의 대업을 착실히 추진하시어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상왕에 대왕을 더해 사왕(四王)이라 찬양할 수 있을 것이나, 반대로 끝을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한 오(吳)의 왕인 부차처럼 평가할 것입니다”라고 간언했다고 한다.

이 말은 누구나 처음에는 일을 잘하지만 그것을 끝까지 지속시켜 나가는 자는 얼마 안 된다는 의미로, 『미불유초 선극유종』은 결국 초심을 잃지 말라 혹은 초지일관(初志一貫)의 자세로 한결같이 일을 하라는 경구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경찰은 올해 초부터 책임수사 원년의 해, 그리고 7월부터는 자치경찰제를 전면 도입하여 착실하게 시행하는 등 어려운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그 첫 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의 대표적인 정책의 요지는 지역민들의 눈 높이에 맞는 맞춤형 치안정책과 어느 누구에게도 공정하게 적용되는 사건처리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해를 회고하면서 모든 조직사회가 그렇듯 구성원 모두의 노력에 더하여 소통과 또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어서 듣는 겸청(兼聽),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외부의 공정성, 그리고 긍정적 마인드에 더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채색된 사회가 더 큰 에너지를 발생시킨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새길 시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리가 연초의 화두로 흔히 사용하고 있지만 특히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를 맞아 정말 소처럼 뚜벅뚜벅 목표를 행해가는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자세를 지속한다면 마지막까지 초심을 잃지 않는 우리 모두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어느쪽으로 가야 하는가의 방향, 즉 초심의 풍향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광일 강원 정선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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