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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작전계획 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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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작전계획 5027’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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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면서 미국의 중동지역 외교가 관심사이다. 탈레반은 지난 15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 있는 대통령궁을 점령하고 사실상 전투를 마무리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벌어진 탈레반의 공격에 정부군은 맥 한번 쓰지 못하고 붕괴됐다. 150여명이 탈 수 있는 비행기에 600명이 넘는 인원이 탑승해 아프간을 떠나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했다. 코로나 시국에 무려 600명의 인원이 작은 비행기 안에서 12시간 동안 쪼그리고 앉아 있는 상황은 자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각에서는 혼비백산한 미국인의 대피가 1975년 베트남 전쟁 때 치욕적인 탈출을 벌였던 상황과 비슷하다며 미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아프간 대통령은 대통령궁을 탈출하면서 트럭 4대에 현금을 싣고 달아났다는 보도도 있었다. 국가 최고지도자는 물론 국민의 안위와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들조차 전투의지가 없었다고 서방언론은 전했다. 때문에 탈레반은 특별한 저항을 받지 않고 쉽게 아프가니스탄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접수를 두고 일부 국가와 국내외 논객들은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안보문제를 거론했다. 일부 논객은 미군이 철수하면 한국도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상황을 겪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미국철수 탓으로 돌렸다. 한국의 경우 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군이 지금까지 주둔하고 있으며, 특히 6.25전쟁 이후 북한과 직접적인 대치상황에서 미군의 방어벽이 한반도의 안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을 ‘철천지 원쑤’라고 비난하며 한반도에서 미군철수를 지금까지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적화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 미국인 만큼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은 북한으로서는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주지시킨 미국의 한 보수논객은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에서 쉽게 한국을 삼킬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또한 대만을 하나의 중국에 비유하며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대만을 쉽게 접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만 당국자는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처럼 도망가지도 않을 것이며 대만 국민들은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가안보는 여야 진보보수 세대 빈부 등과 무관하게 중요하다. 국가의 구성요소가 국민 영토 주권이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안녕과 나라의 안보를 위한 국가지도자들의 행위는 정치 경제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투철한 국가관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선거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사명감은 물론 능력도 부족한 인사를 보은 차원에서 주요 요직에 앉히는 행위는 국가의 몰락과 퇴보를 초래할 뿐이다. 정치적 사안에 따라 국방정책이 오락가락 하는 것은 지휘자 본인뿐만 아니라 나라를 지켜야 할 국군의 사기진작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국가는 하나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총체적 시스템이 결함돼 국력으로 나타난다. 어느 하나 충분하지 못하면 국력손실은 물론 주변으로부터 상당한 위협을 받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지도자들의 국가관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접수만 보더라도 국가 안보와 지도자들의 국가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안보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군이 우리나라에 존재하면서 전시작전권을 두고 말들이 많다. 정치권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작전권 환수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현재 200여개 국가 중 자력으로 자국을 방어할 수 있는 나라는 얼마나 될 것인가?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을 제외하면 자국의 국방력으로 나라를 지키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는 각 나라들은 동맹을 맺어 자국의 안보를 지키고 있다.

작전계획 5027(Operation Plan)은 줄여서 ‘작계 5027’이라고 한다. 북한과의 전면전을 가정해 한국과 미국의 연합군이 단계별 작전을 펼치는 전시작전 계획의 하나이다. 1974년 처음 만들어져서 한미연합의 합의로 2년마다 개정한다. 내용은 1급 군사기밀이지만 미국의 민간 군사안보 사이트에 가끔 공개되기도 한다. ‘작계 5027’은 북한의 선제공격에 대비해 한국군과 미군이 효율적인 연합작전을 펼쳐 북한의 공격을 차단하고 역공을 펼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한미연합군의 작전계획은 미국의 태평양사령부가 총괄한다. 우리나라에 대한 작전계획은 5000번부터 시작한다. 27은 세부 계획에 따라 붙여진 것이다. 작전계획은 상황에 따라 핵 위기에는 5026, 북한내 쿠테타, 우발적 전투, 탈북민 사태 등에 따라 5028, 5030 등으로 달라진다. 우리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시작전권 환수도 중요하지만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국가관과 안보관 전시작전계획 등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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