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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GSGG-세상을 바보로 아는 국회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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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GSGG-세상을 바보로 아는 국회의원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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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아는 것이 힘’이라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도 했다. 세상사에는 여러 측면의 정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경고다. 또 몇 조각 영어와 서양 지식으로 매우 똑똑한 사람들의 저 옹알이 짓이 세상 더럽히는 것을 저어한다.

GSGG라고 했다. ‘개새끼’를 저리 표기한 것으로 대부분 읽는다. 국회의장에게 한 말이니 국민 전부에게 한 말로 봐야 한다. 누가? 국민의 대표이며 그 국회의장의 동료인 국회의원이 그랬다. 영어를 매우 잘 하는 분이라 생각됐다. 영어를 잘 하니 공부도 많이 하셨겠지.

국민이 화내자 ‘그게 아니고’하며 오리발을 냈다. 다른 국회의원도 나서서 ‘공공선(公共善·general good)을 위해 봉사(service)하는 정치체제(government)’라는 말로 쉴드를 쳤다. 요즘 유행어 쉴드는 영어로 ‘방패’다. 부덕과 무지(無知)의 소치겠지만, 필자도 화가 났다.

글쟁이들 말장난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회는 견강부회고, 가장 좋은 물을 아전인수라네. 지 옳다고 억지 쓰는 모양새 牽强附會와 생선 회(膾), 내 논에 물대기 我田引水의 한자음과 뜻을 빌렸다. 남을 비꼬거나 반박할 때 저런 멋진 ‘욕’을 했다. 빈 틈 없지만, 폭력성도 없다.

손흥민 선수의 말하는 방식을 보자. 아드보카트는 침대축구가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그는 나와 다른 경기를 본 것 같다”며 다시 반박했다. ‘싸움’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박지성이나 차범근 등 그 선배들도 어질게 할 말 다 했다. 국회는 축구에서 저 현명함을 배워야 하리라.

혐오나 저주의 속내 품고 태어난 말은 끝내 범죄적인 뜻을 짓는다. 저 논란의 과정을 두고 견강부회나 아전인수의 논리를 (저렇게) 끌어댄다면 참 어질지 못한 행실이다. 말이 흔들리면, 우리 서 있는 땅이 흔들리는 것처럼 세상의 뜻이 흔들린다. 뜻 흔들리면 인간사는 무너진다.

누가 뭐해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 행세를 하며 세상을 GSGG라 욕하고, 그리고는 그게 개새끼가 아니라며 ‘아주 바르고 굉장히 점잖은 분’이라고 분칠하기 급급하다. 저런 몰(沒) 인간성들을 우리국민이 ‘뽑았다’는 것은 큰 부끄러움이다.

그 분들이 누군지, 어떤 공부를 했고 이제껏 세상일을 어찌 밟아 왔는지 이제 톺아볼 참이다. 고래심줄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 유권자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시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사람됨을 재는 척도(尺度)가 흔들린다 하여도 아닌 것은 아니지 않는가.

반성하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 이유가 있다. 몇 가지 정황으로 미뤄 보자면 저 언어와 그 언어를 빚은 생각(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저 분들의 ‘반성(反省)’과 ‘사과(謝過)’가 우리 아는 반성과 사과인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GSGG처럼.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은 이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그는 말버릇처럼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하고 운을 뗐다. 허망함과 같은 ‘언어’의 여러 얼굴을 잘 아는 경험 많은 ‘국민’이지만, 저 말을 들을 때 울컥하기도 했다. 그 마음의 깊은 상처가 함께 마음에 왔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은 가능하지만, ‘말 없이도 사는 사람’은 상상하기 어렵다. 말은 글도, 재주나 기술이 아니다. 마음이다. 말은 그 마음의 소산(所産)이다. 마음에 없는 말이 허망한 이유다. 마침내 들통 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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