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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5] 함부로 침(말) 뱉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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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45] 함부로 침(말) 뱉지 말자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9.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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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인(1962년생)
경북 안동 출신으로, 198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현재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함께 읽기> 국화의 계절 가을인 만큼 ‘국화에게 미안하다’는 제목이 이 시를 끌어 않게 만들었다. 시에서 처럼 우리가 미안해 해야 할 대상이 어디 사람 말고도 한둘이던가. 유기견 강아지를 입양해 3년이 되가는 우리집 믹스견 '뭉치'에게 제때 밥주던일을 깜박 잊어버렸던 일 등 등. 이 시에서는 아무 죄 없는 국화꽃에 무심코 침을 뱉은게 “미안하고 미안해서 /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만” 가슴에 묻혔더니 국화 향기가 묻어 났음을, 그러니까 잘못도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으면 아름다운 결과가 됨을 넌지시 일러준다. “죄 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 개똥, 말똥, 소똥에게 미안해서 그만” 시인은 침 뒤집어 쓴 개똥 말똥 소똥에게도 미안하다고 한다. 왜 침 뱉었느냐고 따지고 들 리 없는, 또 침 뱉은들 나무랄 리 없는 것들에게도 미안하다고 했다.

필자도 텃밭을 가꾸다 침을 뱉을 때가 있었으나 그동안 내 침을 뒤집어 쓴 대상들에게 한 번도 미안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음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국화꽃에게서 닦아낸 침을 / 내 가슴에도 묻혀 보았더니 그만 // 국화향기가 / 국화향기가 그만” 우리의 입에서 나간 것들 중엔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다고들 한다. 남을 껴안는 말보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 더 많고, 침 뱉을 때는 욕까지 더하니...

그런데 내가 뱉은 침이 어느 꽃들에게 묻었을지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그 침을 닦는 순간 그 향기가 내게로 온다는 이 기막힌 발상. 그러니 침(말)을 뱉었으면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어 주어야 한다는 마음을 깊게 생각하도록 갖게하는 시다.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함부로 배설해 내는 대선 정국의 정치인은 물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들이 되새겨봄 직한 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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