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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마타도어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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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마타도어의 귀환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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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김연식 논설실장

흑색선전이 없는 선거는 죽은 선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말은 과거의 일이다. 언론이 제한적으로 유지되고 정보통신이 발달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타도어는 치명적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SNS가 발달된 사회에서 마타도어와 가짜뉴스는 또 다른 형태로 선거에 영향을 주고 있다. 마타도어는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해 상대편을 중상모략하거나 그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흑색선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 말하는 각종 ‘의혹’이 대표적이다. 사실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주로 언론을 통해 전파되는 의혹은 해명보다는 문제제기로 확대되기 때문에 당사자는 곤혹을 치른다. 때로는 사실을 해명할 시간도 없이 선거가 끝날 때도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흑색선전은 일단 상대방을 비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술이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나타나는 단골 메뉴이다.

원래 마타도어는 ‘영웅’이라는 의미의 스페인어이다. 마지막에 소의 정수리를 찔러 죽이는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따도르(Matador)에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흑색선전과는 거리가 먼 애기이다. 스페인에서 마타도어를 표현하다가는 좋은 대접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좋은 의미의 마타도어는 무기의 이름에 붙여지기도 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1958년 1월 주한미군에 의해 한국에 배치된 미사일의 이름 중에 하나가 마타도어였다. 한방에 끝내겠다는 의미로 최고의 영웅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선거에서 마타도어는 후보자에게 많은 상처를 준다. 후보자 검증이라는 의미의 네거티브는 사실을 근거로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 공격하는 것이지만 마타도어는 말 그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공격하는 것이다. 마타도어는 후진국일수록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후진국 선거에서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한 때 마타도어가 유행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당사자들이 사법적 심판을 받는 사례가 매번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진행되고 있는 대통령선거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네거티브와 마타도어 등 공격을 받는 사람의 지지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현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국민들이 저급한 마타도어에 속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수준이 이렇게 향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참여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비난과 비방을 일삼고 있다. 현재 여야 모두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고 있지만 당내는 물론 상대 당 주자들에 대한 비난과 비판이 빈번할수록 당사자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경우 정치경험이 아주 짧음에도 불구하고 여야를 통틀어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을 민큼 지지율이 높다. 윤 후보의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이 급등했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민주당 지도부에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에 재직할 당시 여권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이를 비판하는 여권 지도부의 입김은 매우 강했다. 여권이 윤 전 총장을 때릴수록 보수의 지지층은 집결됐다. 윤 후보 스스로도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었으나 자신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을 보고 국민의 뜻이라며 대권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국가관과 정치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여권의 비판이 강해지자 오히려 그를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의 윤 전 총장 때리기는 계속됐고, 때리면 때릴수록 언론에 많이 노출된 윤 전 총장의 지지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했다. 경선과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가지 의혹과 네거티브 마타도어 등이 계속되지만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을 제기하거나 네거티브를 하는 당사자들은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대장동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는 굳건하게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거나 공격을 가한 사람이 당내 경선에서 밀려나는 형국이다.

이처럼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마타도어와 네거티브에 대한 지지율 역전 현상은 앞으로 펼쳐지는 각종 선거에서도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동안 선관위는 금권선거 허위사실 비방 등을 주요 선거범죄로 규정해 강력한 제재를 가해왔다. 때문에 상대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날조하는 행위는 많이 사라졌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 당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타도어가 원래의 뜻인 ‘영웅’으로 귀환하고 있는 현실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얄팍한 수작은 독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마타도어가 완전하게 사라져 새로운 선거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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