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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자체의 리쇼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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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지자체의 리쇼어링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0.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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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김연식 논설실장

2000년대 초 국내 자치단체들은 기업의 지방 유치를 적극 추진했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구가 감소하자 고육지책으로 추진한 사업들이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1995년 이후 우리나라는 전국에 축제 열풍이 불었다. 광역은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가세해 축제를 만들고 전국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관광개발과 경기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추진한 축제개발은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향유하기보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사람을 모으는데 집중됐다. 다행이 연예인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자치단체는 축제기간동안 지역경기 효과가 상당했다고 홍보했다.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활용된 축제는 그나마 오래가지 못하고 시들해졌다. 전국 축제가 비슷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축제기간동안 잠시 사람들이 몰리긴 했지만 1년 중 대부분의 날은 한가했다. 출산율 감소와 일자리 부족으로 노인인구가 급증하자 자치단체는 관광단지를 만들고 각종 스포츠대회를 유치해 만회하려고 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당시 수억 원에서 수천억 원을 투입해 추진했던 관광단지는 대부분 실패했다. 투자회수는 물론 아직도 쑥대밭으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자치단체가 2000년대 들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해 늦게나마 기업유치에 팔을 걷고 나섰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고임금화 되면서 비용부담은 물론 생산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노동시장이 풍부한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이전하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노동시장은 점점 좋아져 노동자들의 연봉이 최대 1억 원 안팎까지 올랐다. 하지만 기업들은 고임금과 노동시간 등 경영난을 이유로 해외진출에 열을 올렸다.

2000년대 초반 중국시장이 활성화됐지만 중국마저 고임금화 되면서 기업들은 다시 베트남 등 동남아로 발길을 옮겼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9,000여개이다. 대기업을 포함해 중소기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수십만 명을 넘는다.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가 늘어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준비를 위해 2~3년은 취업준비생으로 지내야 한다. 취직을 하더라도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청년들이다.

2010년대 들어 세계적으로 노동시장이 고비용화 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기업의 자국회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현상이다. 해외로 이전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시대가 주춤하기 시작하자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의 이익과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펼쳤다.

미국은 1960~80년대만 해도 최대 전성기를 누렸으나 제조업이 떠난 1990년대 이후에는 빈집 등 도시 슬럼화가 심각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기업의 본국 이전을 적극 추진했고,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유턴기업에 대해 2년간 세제감면과 제조업체에는 25%의 우대세율을 적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장기화 된 경기침체와 급증하는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리쇼어링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미국은 최근 10년간 무려 80여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올해에만 1,334개 업체가 회귀해 13만8,11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유럽도 리쇼어링을 추진해 영국 캐머린 총리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율을 15% 끌어 올리겠다는 정책을 내 놓았다. 프랑스는 농업과 저부가가치 제조업의 비중이 크다 보니 일자리 창출이 높은 특정 기업에 지원금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기 위해 대기업의 규제완화와 공격적 통화 재정정책 펼쳤지만 실패했다. 아베정부의 경제정책이 리쇼어링 보다는 대규모 양적완화 등 국내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한민국이다. 현재 해외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몇 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자리 또한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동남아 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대비해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귀환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마련하고 ‘광주형 일자리’와 비슷한 정책을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의 구조로 전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라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임금구조를 저임금 노동자들을 위해 분산하라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청년과 실업자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국내에 귀환하는 리쇼어링 기업들은 수도권이 아니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에 정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지방이 살고 국가가 살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기업이 지방에 정착해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법적장치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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