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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수레바퀴 아래서-조심하라, 허방 디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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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수레바퀴 아래서-조심하라, 허방 디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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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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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포털사이트 ‘다음’ 첫 화면에서 ‘이재명 국감 슈퍼위크.. 輿 고발사주 엮어 역공 vs 野...’라는 제목을 봤다. 클릭하니 같은 제목의 모 경제신문 기사가 떴다. ‘여당과 야당의 국정감사 전략’ 내용이었다. 한자는 왜 써서 평지풍파람!

與(여) 들어갈 자리에 輿(여)를 잘못 썼다. 한자 여당은 與黨이다. 글자의 일점일획, 뜻 없는 것이란 없다. 그림을 잘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자칫 바닥 드러날라. 

모양 비슷하니, 한끗 차이면 대충 같은 것 아니냐고? 허나 마침표 쉼표 같은 구두점 하나에 수 천 억이 왔다 갔다 한다는 식의 흔하디흔한 얘기 말고도, 뜻이 다른 단어를 쓰면 틀린다는 것은 당연하다.

말 나온 김에 輿의 정체를 살펴보자. 언론이나 민주주의와 관련이 크다. 여론(輿論·public opinion)이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와 같은 개념에 쓰인다.

한자는 그림에서 나왔기 때문에 한 글자가 한 단어다. 그 그림의 이미지가 그 단어에 스며있다. 輿는 거기 들어있는 차(車)라는 글자가 상징적인 핵심이다. 

‘수레 거’라고도 읽는 車는 바퀴나 바퀴를 장착한 탈 것 또는 짐 싣는 수레를 뜻한다. 여럿이 힘 합쳐 마주 든다는 그림의 여(舁) 안에 車가 들어가서 수레, (수레로 다니는) 땅, 많음 등의 뜻 지닌 글자가 됐다.

여론의 여(輿)는 힘을 합친 사람이 여럿이라는 이미지에서 ‘많다’는 뜻으로도 번졌다. 여러 사람의 논의가 여론이다. 과거 훈민정음 이전 한자로만 뜻을 적던 시기에도 있었을 말이지만, 현대사에서 서구의 정치체제가 들어오면서 일반화된 개념이다. 

미국의 월터 리프먼(1889~1974)의 ‘여론’은 민주주의의 고민을 다른 고전이다. 언론이 왜 있어야 하는지, 시민의 뜻은 어떻게 실제(實際)와 괴리돼 다른 세력에 휘둘리는지 등의 문제를 제시했다. 그 여론과 유언비어(流言蜚語)의 유통 형태 등이 현대 시민사회의 연구과제다.

고산자(古山子) 김정호(金正浩)의 역작 대동여지도에서는 輿를 ‘지’와 합쳐 여지(輿地)라는 말로 썼다. 수레처럼 만물을 싣고 있는 땅이라는 의미의 숙어(熟語)가 된다. 이 여지는 대지(大地)나 천지(天地)를 가리키는 상징적인, 멋스런 말이다. 

大東은 옛날 우리나라를 이르던 이름이니 우리나라의 지리를 그린 그림(圖 도)이라고 해석한다. 고산자가 대동여지도를 그려 적을 이롭게 한 죄목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하는 이가 아직 있다. 이는 왜놈들이 우리를 미개하다 욕보이려고 만든 얘기, 흉악한 가짜뉴스다.

함께의 뜻 여(與)는 舁 안에 (여)를 넣은 것인데 갑골문 다음 자체(字體)인 금문(金文)에는 상아(象牙·코끼리 엄니)와 같은 귀한 물건을 두 사람의 네 손이 주고받는 모습이다. 주는 것은 함께 사는 것의 전제이며 기본이다. 이렇게 한자라는 그림글자는 세상 뜻을 담고 있다.

여당(與黨)은 바깥(들)에 있는 야당(野黨)에게 주는 정당, 집권당이다. 정치인들 좋아하는 ‘국민과 함께 즐긴다.’는 뜻 여민동락(與民同樂)은 실은 임금이 백성에게 (자기 즐거움과 같은 즐거움을) 베푼다(준다)는 뜻도 담은 것이니 활용에 각별 주의 할 것. 여차하면 허방 디딜라.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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