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나물은 깊은 산에서 자생하는 대표적인 산채이다. 독특한 향기가 나는 채소라고 해서 향소(香蔬)라고 부를 만큼 내음이 미각을 자극해 봄철 입맛을 당겨 준다. 최근에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무공해 건강식품으로도 알려져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취나물 잎은 복(福)쌈이라 해 매년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오곡밥을 싸먹으면 복이 넘쳐난다고 했다.
취나물은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초본 식물로 참취·곰취·미역취·개미취 등 취자가 붙는 산채의 총칭이다. 취나물은 일본·중국·몽골·시베리아·사할린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는 60여종이 전 지역의 산과 들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그중 참취·곰취·미역취·개미취·각시취·수리취·단풍취 등 24종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봄철에 나오는 참취가 가장 맛과 향이 뛰어나다. 참취는 산채 가운데 더덕, 고사리, 도라지에 이어 4번째로 재배면적이 많다. 주재배지는 강원 양구, 충남 보령․태안·논산·부여, 전남 고흥·광양, 경남 고성, 경북 울릉 등지이다. 4~5월이 제철로 야생에서 채취한 취나물을 먹을 수 있고, 나머지 기간에는 주로 시설에서 재배한 것이나 말린 취나물이 시장에서 거래된다.
취나물은 칼륨, 칼슘, 철분 등 미네랄과 비타민 A, B, C와 베타카로틴, 플라보노이드, 사포닌 등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히 칼슘 함량은 100g당 124mg으로 칼슘이 많다는 시금치보다 무려 3배가 많다. 이런 성분은 우리 몸에 쌓여있는 나트륨과 노폐물을 배출시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고 혈액으로 인한 고혈압 등 질환을 예방해 준다.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감기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또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해 장 속에 있는 유해물질과 숙변을 배출시켜 장을 건강하게 해 준다. 칼로리가 낮아 체중관리와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취나물을 구입할 때는 잎이 밝은 연녹색이면서 시든 부분 없이 생생해야하며, 뒷면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좋다. 잎의 생김새가 전반적으로 고르고, 줄기 끝에 붉은빛이 감돌면서특유의 향이나는 것을 고른다. 잎이 뻣뻣한 것보다는 부드러운 것이 먹기에도 좋다. 말린 것을 구입할 때는 이물질이 섞이지 않고 깨끗하고 부서진 것이 없는 것을 고른다. 삶은 것을 고를 때는 줄기의 변색이 덜하고 너무 짓무르지 않은 것이 좋다.
생 취나물을 요리할 때는 지저분한 잎과 억센 줄기는 떼어 내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불순물을 제거한다. 끓는 소금물에 취나물을 넣고 숨이 죽을 때까지 데쳐준 후 찬물에 헹군다. 물기를 꼭 짠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다. 그리고 큰 그릇에 고추장, 된장, 다진 마늘, 참기름 등 양념을 골고루 섞은 후 취나물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먹는다.
또한 데친 취나물을 팬에 넣어 간장, 다진 파, 다진 마늘, 참기름, 깨 등의 양념과 볶아먹기도 한다. 볶을 때 들깨에 약간의 물을 붓고 갈아서 넣으면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첨가되어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 된다.
말린 취나물은 따뜻한 물에 충분히 불려준 후 끓는 물에 푹 삶아준다. 그 후 불을 끄고 삶은 물에 그대로 담가 두었다가 잎이 퍼지고 줄기도 부들부들해지면 건져서 다시 찬물에 헹구어 꼭 짜서 조리하면 된다. 이외에도 취나물밥, 취나물떡, 취나물전, 취나물튀김, 곰취장아찌, 취김치 등 다양한 요리방법으로 맛을 더하기도 한다. 쇠고기나 삼겹살 등 고기를 구워 쌈으로 싸 먹으면 육류의 느끼함을 사라지게 한다.
생 취나물을 보관할 때는 씻지 않은 채 비닐 팩에 넣어 밀봉하여 냉장고 신선실에두면 2~3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좀 더 오래 보관하려면 깨끗이 씻은취나물을 살짝데친 후 물기를 꼭 짜서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거나, 햇볕과 바람이 잘 드는 곳에 널어말린 후 묵은 나물로 햇볕이 들지 않는 선선한 곳에 상온 보관하면 된다.
산과 들에 온통 생기와 향기를 뿜어내는 보약들로 가득한 5월이다. 깊은 산에서 자란 취나물이야 말로 봄철 산나물의 여왕이다. 취나물밥상으로 나른한 춘곤증도 날려 보내고 일 년 중 가장 화사하고 싱그러운 5월을 맞으련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