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K푸드의 새로운 유망주, K나물
상태바
[고화순의 나물이야기] K푸드의 새로운 유망주, K나물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4.03.09 12: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고화순
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고화순 경기도 남양주시 농업회사법인 하늘농가(주) 대표

나물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독특한 식문화이자 채소 조리양식으로, 요리를 위해 수확한 재료 그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의 뿌리이며 혼이 담겨있는 독특한 채소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도 많다. 봄이 돌아오면 산과 들에는 겨우내 농축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신비의 다양한 나물이 만발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은 3,200여 종에 달하며 480여 종이 식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산과 들에 지천으로 널린 나물을 뜯어 먹었다. 

다양한 나물을 구할 수 있지만 절기를 놓치면 신선한 나물을 구하기가 힘들다. 옛날에는 비닐하우스, 냉장고가 없어 더욱 그랬다. 긴 겨울 동안엔 신선 채소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채소가 없는 추운 겨울에는 영양소를 보충하고 열량을 돋우려고 나물을 말려서 묵혀 두었다가 이듬해 먹었다. 이를 묵나물이라 한다. 묵나물은 겨울철 귀중한 식재료였다. 

나물은 가을에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사시사철 준비했다. 봄철에는 고사리·고비·다래순·달맞이순·망초대·삼잎국화·눈개승마·쑥부쟁이·방풍나물 등을 채취해 말려 두고, 여름철에는 취나물·질경이·부지갱이·피마자잎(아주까리)·곤드레(고려엉겅퀴) 등을 채취해서 갈무리해 둔다. 가을에는 가지말랭이·호박오가리·무말랭이·도라지·고구마줄기·토란대·무시래기·유채·고춧잎 등을 썰어서 또는 그대로 말려 보관했다. 

나물류는 말려 보관하면 효소작용과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해 변질과 부패를 막아 준다. 햇볕에 말리는 과정에서 비타민D와 엽산이 생기고 비타민도 풍부해진다. 의당 수분함량은 적어 지지만 단맛은 더 강해진다. 여기에 무기질, 식이섬유, 미네랄 등 영양분은 더 많아져 최고의 건강식품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물은 1960년 이전까지 보릿고개를 넘기기 위한 구황식물(救荒植物)로 유용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서민들의 목숨줄을 이어주는 구세주였다는 점에서 더할 데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연으로 나물은 우리 생활 속 전통으로 깊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는 햇볕에 말린 여러 가지 나물을 먹으면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에 정월대보름에 묵나물과 함께 오곡밥을 해 먹는 풍습이 아직도 남아있다. 

1990년대부터 경제발전에 힘입어 생활이 윤택해지며 우리 민족의 식문화가 급속하게 육식 위주의 식문화로 바뀌면서 고혈압·신장병·당뇨병·통풍 등 성인병이 많이 생겨났다. 성인병이 문제가 되면서 최근 나물이 영양성, 기능성, 안전성이 뛰어나 현대인의 건강 채소로 최고의 각광을 받고 있다. 한식당은 물론 일식당, 양식당, 호텔레스토랑에서도 나물 요리가 상에 오른다. 곳곳에 전문 곤드레밥집 등 전문 나물 식당도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 대형판매장에도 나물이 없는 곳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물 축제가 많이 생겨났고 점점 활성화 되고 있다. 양평(용문산)·횡성(오대산)·정선·태백·홍천·영양·남해(창선)·제주(한라산) 등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묵나물은 요리하는 절차가 번거로워 가정주부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식당에서 먹으면 맛있는데 직접 하면 질기거나 쓴맛이 나서 못 먹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한 가지 비법을 알려드린다. 

묵나물을 물에 3~4시간 충분히 불려주는 것이다. 다 불렸다면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치면서 다진 마늘과 파, 국간장을 넣고 볶다가 마지막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둘러주면 된다. 여기에 나물의 종류에 따라 들깻가루, 참깨, 으깬 두부를 넣거나 간장 대신 된장으로 간을 하면 별미를 느낄 수 있다.

나물이 귀한 대접을 받으니 왠지 기분이 좋다. 오랜 내 친구가 이제야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았다고나 할까. 정부는 농촌과 산촌의 앞산과 뒷산을 잘 관리해 귀중한 나물이자 약초인 우리 자생식물을 전략적으로 농가소득 작목으로 육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토가 산이라는 점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

산에서 키우면 농약과 비료가 필요 없어 유기농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웰빙 나물을 체계적으로 생산해 대한민국의 독특한 식문화로 전세계에 확산시켰으면 한다. K푸드의 대표주자 비빔밥이 성공한 것처럼 나물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기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고화순 대한민국전통식품명인 남양주시 하늘농가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