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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총리 총격 현장…'악수하는 척하다 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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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총리 총격 현장…'악수하는 척하다 탕탕'
  • 이현정기자
  • 승인 2024.05.16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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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 "폭죽 터지는 줄 알았다…일어날 수 없는 일 일어나"
극에 달한 정치양극화…"사회를 화해할 수 없는 두 개의 진영으로 분열시킨 결과"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로베르토 피초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붙잡혀 바닥에 앉아 있다. 피초 총리는 총 여러 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로베르토 피초 총리에게 총격을 가한 용의자로 보이는 남성이 붙잡혀 바닥에 앉아 있다. 피초 총리는 총 여러 발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발생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에 대한 암살 시도는 슬로바키아 정치권이 화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분열돼 사실상 '내전' 상태에 들어섰음을 방증하는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슬로바키아 정치권에서는 사건 직후부터 "정치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정국 혼란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날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외곽 마을 핸들로바에서는 지지자들과 주민들은 이날 이 지역에 있는 '문화의 집'에서 각료 회의를 연 로베르토 피초 총리를 만나 악수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롭던 현장은 갑자기 총성이 들리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이날 피초 총리가 회의 후 지지자들과 만나던 중 71세 남성이 기습적으로 5발 가량의 총탄을 발사했고, 이 중 3발 이상이 피초 총리의 복부 등에 명중했다.

차량으로 이송되던 피초 총리는 상태가 위중하다는 구급대원의 판단에 따라 헬기로 옮겨 태워졌다. 4시간 가까이 수술을 받은 피초 총리는 생명이 위험한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정부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피초 총리는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핸들로바에서 정부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지지자들과 인사하던 중 총격을 받고 쓰러진 로베르트 피초 총리를 경호원들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피초 총리는 긴급 수술을 받았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건 당시 영상을 보면 피초 총리가 펜스 너머에 몰려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오자 이들 사이에 섞여 있던 총격범이 무기를 꺼내 드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총에 맞은 피초 총리는 비틀거리다가 뒤에 있던 벤치에 걸려 넘어졌고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무장한 경호원들이 뛰어온다.

이후 경호 요원이 총을 맞은 피초 총리를 차량에 급히 태워 이동하고, 그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총격범이 경찰에 제압되는 장면도 찍혔다.

총격범이 제압 과정에서 바닥에 얼굴을 부딪친 듯 피를 흘리는 사진도 공개됐다.

총리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는 한 66세 주민은 "피초 총리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그가 나오자 사진을 찍고 악수하러 갔다. 내 옆에 있던 남자도 악수하려 했는데 그 순간 '펑' 하는 소리가 들려서 누군가 폭죽을 바닥에 던졌다고 생각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세 발의 총성을 들었는데 마치 폭죽을 터뜨리는 것처럼 빨랐다"라며 "이 상황이 마치 깨어날 수 없는 악몽 같다. 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의 소지품을 미리 검사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목격자도 "총리와 악수하려 했는데 총성이 울려서 귀가 먹을 뻔했다"라고 전했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인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피초 총리는 수분 뒤 괴한이 쏜 실탄 여러 발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간)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인 핸들로바에서 지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피초 총리는 수분 뒤 괴한이 쏜 실탄 여러 발을 맞고 중상을 입었다. [핸들로바 로이터=연합뉴스]

피초 총리에게 총을 쏜 혐의로 체포된 피의자는 시집 3권을 출간한 슬로바키아 작가 협회 회원으로 알려졌다.

슬로바키아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총격에 쓰러지자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이 사건을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와 연결 지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주자나 카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우리가 목격하는 증오적 수사는 증오적 행위로 이어진다"면서 상대 정치인을 적대시하는 독설을 중단하자고 촉구했다.

마투스 수타이 에스토크 슬로바키아 내무장관도 "대중, 언론인, 그리고 모든 정치인에게 증오 퍼트리기를 중단할 것을 호소하고 싶다"며 "우리는 내전 직전이다"고 강조했다.

슬로바키아는 1989년 동유럽에 확산한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공산정권이 붕괴한 후 내내 정치 분열을 겪어왔다.

다만, 정치적 내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이 격화한 것은 6년 전인 2018년 피초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과 범죄조직과의 유착 의혹을 취재하던 잔 쿠치악 기자가 약혼녀와 함께 피살되면서부터라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전국매일신문] 이현정기자
hj_lee@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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