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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보훈섬김이로 걸어온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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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기고) 보훈섬김이로 걸어온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 승인 2016.08.0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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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숙

 

저는 서울북부보훈지청에서 보훈섬김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7년간 해왔던

 

야쿠르트 판매일을 그만두고 보훈섬김이 채용에 응시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에는 이력이 났으니 못할일이 없지’라는 자신만만한 생각에 이일을 쉽게 생각하고 시작한 것입니다.

 

제품을 많이 팔기위해서는 매일 무거운 야쿠르트 수레를 끌어야하고 불규칙적인 출퇴근에 집까지 멀어서 피로감이 쌓여 힘겨워하던 내게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라는 매력적인 근무시간과 인생경험 만큼 이해와 배려심도 많을 고령 국가유공자를 도와드릴 수 있는 보훈섬김이는 무척 보람된 직업으로 보였습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있고 간단한 수발정도인데 이정도면 충분하지’라는 나름의 건방진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과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소정의 교육을 받고 드디어 수혜자를 배정 받아 보훈섬김이로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저주파 치료기를 작동하는 것이며, 혈당침 놓는 것이 손에 익지않아 버벅대다가 대상자인 할머님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결국은 수혜자 집에서 일도 못하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르신이 어찌나 화를 내시며 펄쩍 뛰시는지 너무나 놀라고 당황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복지사님과 상담을 하면서 나의 대응이 미숙해 하지 말아야할 불필요한 말을 하게 되었고, 초보자임을 쉽게 드러내다보니 어르신에게 신뢰감을 주지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를 믿고 의지하는 분들께 믿음을 주기 위해서는 내가 전문가임을 스스로 잊어서는 안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 할수록 처음의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많은 고민과 마음고생 끝에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며 보훈섬김이로 근무한지 3년 4개월... 그동안 많은 일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할아버님에 대한 무한애정을 나에 대한 질투로 보이시는 할머님, 결혼도 안하고 수발해주던 딸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 딸이 쓰던 방을 치우지않고 딸의 유골함과 함께 지내시는 어르신, '우리 집은 방바닥만 닦아주면 할 일이 없다" 하시면서도, 손걸레질만 고집하시고 시장보기부터 온갖 집안일을 다 시키시고는 일주일에 세 번은 와야지 하시며 난감한 부탁을 하시는 어르신, 또 "자네는 재미가 없어 나하고는 영~ 안 맞는다" 하시며 보훈청에 전화해야겠다 엄포를 놓는 어르신, 일하던 중 청소기가 망가져서 청소기를 사러 이리저리 뛰어다니고서야 일을 겨우 끝낼 수 있었던 일 등... 돌이켜보면 참 어렵고 평범하지 않은 분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하는 보훈가족들은 국가유공자라는 자긍심이 크신 분도 계시지만 집집마다 사연이 남다르고 남모를 상처와 아픔을 간직한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누구보다 힘든 세월을 보냈다 하소연하시며 원망을 드러내기도 하시고, 이런저런 개선사항을 보훈청에 얘기해 달라는 요구사항을 말씀하기도 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분들에게는 용기를 북돋아주어야 하고 정신적인 고통으로 마음까지 아파하는 분들에게는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배움 가운데 보훈섬김이로 근무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얼마나 큰가를 깨닫게 되었고 일이 익숙해지면 질수록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기 위해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르신들은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기다려주시며 갈 때마다 먹거리를 챙겨주기도 하십니다. 비위가 약해 남의 집 음식을 잘 먹지 못하던 저였지만 가족처럼 딸처럼 아껴주시는 그 마음을 잘 알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맛을 봅니다.

진심어린 감사의 말한 마디가 제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곳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의미 있는 활동들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국가보훈처에 감사하고, 나누는 것에 대한 기쁨을 알게 해주신 국가유공자 어르신들께도 감사드리며 그분들의 행복감과 평안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꾸준히 배우고 노력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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