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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사라지지 않는 20년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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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사라지지 않는 20년 관행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6.09.05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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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이 주민들의 세금으로 외유성 해외연수를 수시로 다녀오자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해외 선진지 벤치마킹 명목으로 시행하는 해외연수가 관광과 놀이 중심의 오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개선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처럼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 연수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사전 심의 소홀과 사후 관리의 부실, 쌈짓돈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많다.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목적성 연수가 아닌 1년에 한번 가는 '해외여행' 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의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한 제도 보완과 해외연수 뒤 성과를 점검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의회가 출범한지 20여 년이 넘도록 외유성 외국 시찰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폐지해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의원 개인 비용이나 별도 프로젝트 비용을 마련해 꼭 필요한 견학만 가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해외연수 목적과 연수보고서의 충실한 검증이 이뤄지도록 제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외국 연수는 분명한 목적을 지녀야 하고, 연수 보고서는 향후 의정 및 입법자료의 기초가 되어야 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외국연수를 해외여행쯤으로 생각하고 주민들이 낸 세금을 펑펑 쓰는 사례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회 도의원 3명은 2014년 1월 5박 6일간 우호교류협약을 맺은 호주 퀸즈랜드주의회를 방문했다.
그러나 친선을 강화하기 위한 주의회 방문은 전체 일정의 4시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친선교류와 무관한 시드니 관광이었다. 도의원 1명당 267만원의 경비가 관광을 위해 지원됐다.
그해 경기도의원 전체 130명 가운데 90명 가까운 의원이 해외출장을 다녀왔는데, 대부분 일정에 관광이나 문화체험이 포함돼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도의회가 외유성 관광을 막자며 전년도에 마련한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는 헛구호가 돼 버렸다. 충북 제천시의회도 지난 3월 '불과 7시간짜리 공식일정'을 위해 무려 열흘짜리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의원들이 복지 선진국을 둘러보며 의정자료를 모으고 국제적 감각을 키우자고 마련한 8박 10일간의 북유럽 국가 방문 일정이다.
하지만 공식일정은 7시간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부분 관광이었다. 연수 일정도 공무 사이사이에 박물관 및 궁전 관람, 빙하 투어 등의 여행상품을 끼워 넣는 식이었다.
전북도의회 의원 10명도 지난 4월에 중국 장쑤성을 다녀왔다. 자매결연 20주년 자축과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였지만 실제는 교류업무를 본 시간은 나흘 동안 단 3시간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견학과 시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에는 종종 불법 협찬금 등이 등장해 물의를 빚곤 한다.
경남 함양군의회는 지난 5월 국외연수 때 여행경비 명목으로 군수에게 500만원, 부군수 50만원, 의장 200만원 등 총 1천550만원의 협찬금을 받았다. 의원들은 이 돈을 공동경비로 쓴 것으로 전해졌다.
함양군 한 공무원은 "집행부와 관계 등을 고려해 해외연수 협찬금은 오랜 관행처럼 굳어진지 오래다"면서 "한 푼도 협찬하지 않으면 의원들의 눈 밖에 나기 때문에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함양군의회는 2014년 2월에도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 때 외유성 해외연수를 강행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경북 울진군의회는 지난해 홍콩 연수 때 미참가 의원의 경비를 포함하고 국내 행사에 다녀온 것처럼 꾸몄는가 하면 출장 기간을 늘리는 수법으로 경비를 부풀렸다가 들통이 나 결국 해당 의원과 공무원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이 든 관광성 연수 후에 '엉터리 보고서'를 만든 것도 비일비재하다.
강원도의회는 2011년, 2012년의 해외연수 취지 문구가 똑같아 눈총을 받았다.  외유성 해외연수가 논란이 되자 2014년 출범한 도의회는 "사전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2015년 연수보고서는 달라지지 않았다. 인천시의원과 수행공무원 등 11명은 복지선진국의 복지시스템을 벤치마킹하겠다며 5월에 러시아를 비롯한 4개국을 방문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관광지 정보, 방문 소감, 기념사진 등으로 상당 분량이 채워졌다. 인천시의회는 '연수 귀국일로부터 15일 이내'에 보고서를 작성해 의장에게 제출해야지만 1년이 넘거나 제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해외연수 보고서를 의원이 아닌 공무원이 대신 작성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한 예로 대전시의회가 2014년 1월 3박 4일간 중국 하얼빈을 다녀온 홈페이지에 게시한 '출장 결과 보고서'는 공무원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의회는 2012년에도 중국 연구보고서를 사무처 공무원이 대신 작성해 물의를 빚었는데도 나쁜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처럼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선거출마 당시 주민들을 잘 모시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대변자 역할을 하겠다던 그들의 초심은 사라진 것일까? 분명한 것은 유권자들이 의원들에게 표를 준 것은 해외여행이나 다니라고 뽑아준 것이 아니란 사실을 잊지 말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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