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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 보다 더 큰 ‘꼬깃꼬깃한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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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만원 보다 더 큰 ‘꼬깃꼬깃한 1천원’
  • 인천/ 정원근기자
  • 승인 2014.01.13 0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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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팔아 생계 이어도 인천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노인들 110만원 기부 폐지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쪽방촌 노인들이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를 모아 자신들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젊은 시절 충청권 고속도로 건설공사와 부산 낙동강 하굿둑 공사 등 전국의 굵직한 건설 현장을 누빈 김명관 씨(73)는 10여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정을 잃었다. 이후 화장품 방문 판매로 끼니를 겨우 잇긴 했지만 집이 없어 몇 년간 노숙 생활을 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공사장 건물에서 신문지를 이불 삼아 쪽잠을 잤고, 겨울에는 큰 병원 로비 의자에서 추위를 피했다. 김씨가 인천의 한 쪽방촌으로 이사를 온 건 지난 2001년. 화장품 단골손님이 빌려준 보증금 100만 원으로 6.6㎡(2평) 남짓한 판잣집을 얻었다. 이후 그는 5년 전부터 쪽방촌 근처 공동작업장에서 문구용 볼펜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 한 달 수입은 고작 10만원 안팎이다. 기초생활수급비 30여만 원과 재활용품을 수거해 버는 10여만 원을 더해도 생활하기가 빠듯하지만, 그는 얼마 전 뜻깊은 기부에 동참했다. “쪽방촌 생활을 시작하면서 주변에서 여름에는 선풍기를, 겨울에는 이불 등을 보내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적은 돈이지만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쁩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판자촌 밀집 지역인 만석동 쪽방촌 노인들은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110만 1100원을 기부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기도 한 만석동 쪽방촌은 주민 60~70%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대부분 자활사업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이들이 전달한 모금함에는 김씨와 같이 문구용품을 조립해 받거나 폐지를 팔아 모은 꼬깃꼬깃한 천원 짜리 지폐와 누런 동전들이 담겨있었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노인들과 노숙인 쉼터 입소자 등 200여 명도 뜻을 보탰다. 이들의 기부활동은 2008년부터 벌써 6년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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