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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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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의 기적
  • 최승필 지방부국장
  • 승인 2016.12.21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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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명절인 추석연휴 이틀 전인 지난 9월12일 오후 7시44분 경상북도 경주시 남서쪽 9km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5.1의 전진(前震)이 발생했고, 48분 후인 오후 8시32분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에서 규모 5.8의 본진(本震)이 발생했다.

 

국민안전처는 경주 지진으로 인한 부상자가 23명, 피해는 5120건이 발생했다고 밝혔고, 경주·울산시에 집중된 피해 유형은 지붕·담장·차량 파손과 건물 균열, 수도배관 파열 등이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휴대폰 통화와 문자를 비롯, 갑작스런 트래픽 증가로 인해 카카오톡 메신저와 일부 포털사이트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본진 발생 후 경주시 남남서쪽 11km 지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한 뒤 지난 11월25일 새벽 3시 현재 까지 총 529회에 걸친 2.0 이상 규모의 여진이 발생했다.

 

당시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후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국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4월25일 리히터 규모 7.8의 대지진이 네팔을 강타했다. 당시 수차례 계속된 여진으로 9000여 명의 사망자와 2만23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파손된 주택만 100만 채, 학교는 8000곳에 달했다.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흐른 지금도 네팔의 상처는 가시지 않고 있다.

 

또, 1995년 1월17일 일본 효고현(兵庫縣)의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도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의 대지진(고베지진)이 발생, 64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6804명이 부상을 당했다. 물적피해 규모만도 1400억 달러에 이른다.

 

이 같은 재앙으로, 조선과 철강산업의 중심지인 고베시의 수많은 건물과 공장시설 및 고속도로, 철도, 통신시설 등 사회기간시설이 파괴돼 지역 산업활동을 마비시켰다.

 

특히, 대지진 당시 구조대의 구출을 받은 사람은 1.7%에 불과했으며, 90%이상이 본인과 가족, 친구, 이웃 등의 도움으로 구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진대응 선진국인 일본도 이 같은 대형지진 발생 시 3일(72시간) 동안은 구조 활동 정상화가 어렵다고 여겼다.

 

일본 대지진 이후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 발생 후 72시간을 구조의 ‘마지노선’으로 부른다. 지진이나 각종 재난 발생 시 구조활동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생존율도 크게 떨어지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경주 지역 지진 발생 이후 대지진에 따른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지진 등 주요 재난 발생 시 도민들이 ‘72시간 생존’하는데 필요한 장비와 제도, 교육 등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구조대의 구조 활동이 정상화될 때 까지 생존할 수 있는 72시간 생존계획을 민간과 관공서, 지역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지진종합대책은 지진대응 선진국인 일본을 찾아 재난대응 체계에 대해 벤치마킹 한 뒤 현실적 대책마련을 위해 민간과 관공서, 지역공동체(방재3+)가 함께 나섰다.

 

‘72시간 생존계획’을 담고 있는 이번 대책은 우선 재난 발생 시 국민의 의무를 법으로 정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5조 국민의 책무 항’에 ‘국민은 식품, 음료수, 기타 생필품 물자의 비축, 기차 스스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 신설키로 했다.

 

현행 국민의 책무는 재난 발생 시 개인은 공공의 구조 활동에 협조해야 하며, 사고 예방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겨 있다.

 

도는 또, 방진마스크와 알미늄 담요 등 26종의 비상구호물품이 담긴 ‘경기도 비상물품세트’를 제작, 각 가정과 개인이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3일 정도 생존에 필요한 필수 용품위주로, 1~3인용의 비상물품세터를 제작한 뒤 내년 초 경기도주식회사를 통해 판매하기로 했다.

 

어린이집과 초·중학교에 대한 재난교육과 체험활동을 강화하고, 생활, 교통, 자연재난, 사회기반체계, 범죄, 보건 등 6개 분야의 안전을 주제로 한 교육 콘텐츠를 만화, 플래시송 등으로 제작·보급하기로 했다.

 

도는 도민들의 사고대응능력 향상을 위해 자연재해, 생활안전 재난 등 각 상황별 35개 가이드라인을 담은 재난안전매뉴얼을 제작, 인터넷과 모바일, 반상회보, 소책자 등으로 공급하고, 도내 거주 36만 여 명의 외국인을 위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로도 제작한다.

 

이와 함께 재난안전체험 교육 강화를 위해 오는 2019년까지 30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오산시 내삼미동에 안전체험관(가칭, 세이프빌리지)을 신축하기로 했다.

 

1만6500㎡ 부지에 조성되는 재난안전체험관은 도 재난안전본부가 재난안전시뮬레이션, 가상현실(VR)체험 등 다양한 재난안전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안산시 해양안전체험관을 비롯, 학생안전체험관, 소방서 미니체험실 4개소 등을 추가 신설할 방침이다.

 

이밖에 내년 12월까지 동부, 북부, 남부 등 3개 권역별로 각 1개씩 복구장비 및 구호물품 보관을 위한 대형 선반과 지게차 등이 완비된 비축 거점센터를 구축한다.

 

도는 공동체가 함께 하는 72시간 생존전략으로, 지역별 복구장 비축, 재해구호물자 민간기업 협력, 특수자율방재단 구성 등을 추진한다.

 

내년 말까지 177억 원을 투입, 170개소에 재난발생시 필요한 구호물품과 발전기, 수중펌프 등 재난관리물품 보관 창고를 보급키로 하고, 내년 2월까지 설치 희망지를 파악한다.

 

쌀과 생수, 라면, 치약 등 장기간 보관이 어려운 개별구호물품은 이재민 발생 즉시 구호물자와 함께 지원할 수 있도록 시·군에서 인근 대형마트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내년 3월 중으로 조례를 제정, 시·군 자율방재대원 300여 명을 경기도연합회 소속 특수자율방재단에 편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지진에서 안전할 수 없다.

 

경기도의 ‘방재3+플랜’이 대한민국 국민을 살릴 수 있는 72시간의 희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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