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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발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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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봄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발점이길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3.06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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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불교경전 화엄경에 나오는 말이다.

 

국정농단 세력으로 인해 거센 태풍을 만나 난파선이 된 대한민국호는 무엇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바다로 갈수 있을까?

 

설악산에 봄의 전령사인 야생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했다는 소식이지만 나라는 각종 혼란과 어려운 경제사정 등으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에 봄은 아직 멀기만 하다.

 

설악산은 현재 겨울을 대표하는 눈과 봄의 전령사인 야생화가 공존하는 자연 생태계를 보여주면서 멋진 자연의 선물을 인간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탄핵정국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볼 때 인간도 자연처럼 공존하라고 가르침을 주는 듯 하다.

 

겨울은 조금 일찍 찾아온 봄에게 서서히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리를 양보하고 있는 것이다.

 

겨우내 불타오른 촛불항쟁의 열망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박근혜 정권 퇴진 너머 새로운 세상을 요구하고 있다.

 

봄의 전령사인 야생화처럼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듯한 봄이 오기를 국민들은 열망하고 있다.

 

해방 뒤 지난 70여 년간 켜켜이 내려앉은 적폐를 청산해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2017년 봄이 출발점이 되는 대한민국이길 바란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에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사회는 새 세상을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느냐, 다시 한 번 좌절과 시련을 맛본 채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섰다.완연한 봄을 알리는 이 시점에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열아홉 번째 촛불집회는 '도약'을 향한 희망과 활기로 가득찬 축제였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바라는 이들의 열망은 걷잡을 수 없는 함성으로 메아리 쳤다. 집회 현장에서는 "박근혜를 구속하라" "헌재는 탄핵하라" "황교안도 물러나라"는 구호가 메아리쳤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사회자가 촛불집회와 친박집회를 비교하며 "진실과 거짓, 민주주의와 독재,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데 환호했다.진보와 보수의 이데올리기적 싸움도 아니었으며 특정 정파를 대변하지도 않았고 잘못된 사회를 국민들 스스로가 바로잡기 위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날 시민들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오랜 싸움 끝에 세상을 떠난 속초출신 고 황유미 씨 10주기를 맞아 무대에 오른 아버지 황상기 씨 등의 연설에 눈시울을 붉혔다.
 
퓨전 국악 공연으로 선보인 '비나리' '아리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접하면서는 4·19혁명, 5·18광주민주화항쟁, 6월항쟁을 거쳐 지금의 촛불항쟁으로 하나된 '우리'를 되짚어보는 듯 진중했다.

 

그렇게 촛불항쟁으로 불타오른, 더 나은 한국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정권 교체 너머를 바라보며, '각자도생'을 강요해 온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체제의 변혁을 촉구했다.반면 tv를 통해본 덕수궁 대한문 앞,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 집회 현장에는 여전히 귀를 찢는 군가가 울려 퍼졌다.

 

낮부터 내내 두 발로 서서 중앙무대를 향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을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은 지쳐 보였다.

 

한 언론이 전한 이날 집회에 참가한 노인들의 말한 내용을 인용하면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을 적나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그 XX놈, 돈이 얼마인 줄 알아? 빨갱이XX, 사기꾼XX. 국민들을 살살 꼬셔 갖고." "그걸로 11조를 챙겨서 돈 세탁하려고 하는 거야." "에이, 나라가 망하려고… 이렇게까지 살았는데." "내가 박근혜 같았으면 바로 특전사 푼다. 저 촛불 다 쏴 버려야 돼." "군인이 나와야 돼. 그래야 나라가 유지돼."이처럼 근거도 없고, 책임지지도 못할 잔악한 말들은 계속됐다고 전했다.

 

무대에 오른 사회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군가가 많이 나올 테니, 발을 구르며 태극기를 흔들어야 한다" "오늘 집회는 헌재 탄핵이 '각하'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어떤 이는 친박집회는 보수 우파의 집회로 부를 수 없다며 집회에 성조기나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오는 행태는 일본 등 외국의 우파 집회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최근 촛불항쟁은 기적적인 일이 일이라는 평가도 있다.

 

다만 아주 냉정하게 얘기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적 위기나 독재·억압보다는 특정 개인의 부정부패에 더욱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 우선순위가 바뀌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우리는 4·19혁명을 통해 혁명을 맛봤고, 6월항쟁으로 제도적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지금의 촛불항쟁은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관철시킨 새로운 시작점, 좋은 경제 생태계와 사회 질서를 만들어낸 발화점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설악산의 봄이 겨울과 공존하듯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진보와 보수도 치열하게 싸우기보다 공존하는 모습을 보일 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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