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9명 모두 제발 돌아와다오”…눈물의 기다림
상태바
“9명 모두 제발 돌아와다오”…눈물의 기다림
  • 안산/ 허채성기자  진도/ 오충현기자
  • 승인 2017.03.23 15: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2일 오후 찾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교장실에 세월호 참사 당시 미수습된 학생들의 책상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세월호가 3년여 만인 23일 그 처참한 모습을 수면 위로 내보이자 안산과 진도의 세월호 가족들은 끝내 눈물을 쏟았다.

◆안산 세월호 합동분양소
 유가족 대기실에 모여 TV를 보던 유족들은 3년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녹슬어 누런빛을 띠는 것을 보고 가슴을 쳤다.
 7반 정인 아빠 이우근 씨는 “누렇게 녹슬고 부식이 된 세월호를 보며 참담한 심정이다. TV 화면으로 이 정도면, 실제로 봤을 때는 얼마나 더 처참하겠느냐”며 “인양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목포 신항으로 세월호를 안전하게 옮길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침 일찍 유가족 대기실을 청소하러 나온 3반 영은 엄마는 “진도로 내려간 가족들이 세월호 선체를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며 “새벽에 일하면서 하나씩 봤는데 결국 눈물이 났다. 원래 잘 안 우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진도에 내려가 배를 타고 진도 앞바다와 동거차도에 나가 밤새 인양작업을 지켜본 가족들은 안산에 남은 유족들과 계속 연락하며 현지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
 
◆진도 앞바다와 동거차도에 나가
 인양 작업을 지켜본 가족들은 온전한 선체 인양을 통해 미수습자를 수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동혁 엄마 김성실 씨는 “정부가 제공한 배를 타고 진도 앞바다에 나온 지 만 하루째”라며 “시험인양이 순조로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끝까지 지켜보자’라고 말해 기다렸는데 본인양까지 이어져 기쁘다. 배가 많이 상해 가슴이 아프기도 하다”고 전했다.
 김 씨는 “세월호 인양을 통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미수습자 수습”이라며 “미수습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후에 선체 조사를 통한 사고 원인 규명에 주력해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 안산 단원고에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학생들의 등교 발길이 이어졌지만, 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분위기였다.

◆‘만감교차’ 단원고 등굣길
 모교 선배들과 교사 250명이 희생된 아픔을 간직한 세월호가 다시 물 위로 나온 모습을 뉴스로 보고 등교한 탓인지 웃고 장난치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찍 등굣길에 나선 학생들은 2∼3명씩 교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무사히 인양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반 동아리여서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등교한 1학년 홍모(17) 군은 3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본 소감을 묻자 “그 배에 누나 친구들도 타고 있다가 희생됐는데…늦었지만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는 안 들었어요. 학생과 선생님뿐만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들도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날부터 시험인양 작업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교실에서는 친구들이 서로 웬만하면 그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모(17) 양은 “인양되기 전에는 뭔가 답답했는데 이제 뻥 뚫린 느낌”이라며 마지막까지 인양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랐다.
 염모(17) 양은 “그동안 인양을 두고 한다 안 한다고 말들이 많아 안타까웠죠. 이제 정말 성공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짧게 얘기하고는 교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세월호 참사 당시의 이 학교 재학생들은 올해 1월까지 모두 졸업해 지금 재학생들은 다 사고 이후 입학한 학생들이다.
 등굣길 주변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던 시민 문모(87) 씨는 “국민 전체가 이렇게 애쓰니까 감사하죠. 거대한 선체가 이제 물 밖으로 보이던데 13m 올라올 때까지 긴장을 놓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오롯이 껴안은 진도군민
 세월호 인양 소식에 진도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반기면서도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에 대해서는 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진만(71) 진도군 관광진흥협회장은 “이렇게 할 수 있는 인양을 이제야 하다니 정말 원통하다”며 “9명의 미수습자 귀환이 군민의 첫 번째 바람”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회장은 “군민들은 9명의 귀중한 생명을 찾지 못해 항상 죄인의 심정이자 상주의 마음이었다”며 “그래서 세월호가 목포로 가지만 마음 한구석은 회한이 남는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해수부가 진도에 건립 중인 국민해양안전관이 ‘안전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해주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김영서(60) 진도군수산단체연합회장도 역시 미수습자를 걱정했다.
 김 회장은 “진도 어민들은 사고가 나자 조업을 중단하고 모두 현장으로 달려가 구조에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애석하게도 9명을 찾지 못해 세월호 가족들에게 빚을 진 심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당시 학생들이 바다로만 뛰어들었더라면 모두 구조할 수 있었다”며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새삼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이나 숙박업을 하는 상인들도 한목소리로 “인양을 진즉 해야 했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진도 주민 이모(52)씨는 “진도 군민들은 세월호 사고가 났을 당시 내일처럼 구조에 나섰고 이후에도 세월호 가족과 추모객 등을 위해 많은 헌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 등 당국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둔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