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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긴축 적절한 시점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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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긴축 적절한 시점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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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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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12일 오전 한은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행사에서 "최근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수요측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며 저금리 기조 유지를 언급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에는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런 가능성 검토를 면밀히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가 그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의 정도를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작년 6월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 최저 수준인 현 1.25%까지 떨어뜨린 뒤 1년간 이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는 "우리 경제는 소비회복세가 여전히 완만하지만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투자도 호조를 보이면서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성장률이 4월 공표 전망치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최근 성장 모멘텀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되도록 하려면 내부 구조적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그런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다음 달 경제전망을 발표할 때 경기 흐름을 볼 테니 그때 다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을 기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동철 금통위원이 지난주 강연에서 3%는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제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 전에 김동연 신임 경제부총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통화 긴축 시사는 최근 국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시점에 나온 것 같다.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면서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갈 필요성이 약해진 데다 수도권 집값이 폭등하고 가계부채도 늘어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도 곧 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 다수의 전문가는 13∼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1.0%의 정책금리를 1.0∼1.25%로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되면 연준 정책금리의 높은 쪽은 우리 금리와 같아진다. 예상대로 연준이 연말에 정책금리를 한 번 더 올리면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준금리가 당장 올라갈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이 총재도 "당분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저금리가 장기화한 상황에서 추가 인하는 없지만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긴축에 대비하라는 신호인 것 같다.


한은은 최근 기준금리 상향 신호를 꾸준히 보냈다. 지난 4월에는 "기준금리의 인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고 했고 5월에는 "현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에서 긴축 기조로 바뀌고 있을 가능성은 크다. 하지만 금리는 시장에 무차별적 영향을 준다. 그런 금리 문제를 다룰 때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년 4월 초 물러나는 이 총재의 임기 내에 기준금리 인상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칫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대출 한계가구의 빚 상환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연쇄적 금리 인상에 태연할 수는 없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부동산과 가계대출의 과열 징후가 뚜렷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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