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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시장, 사드 보복에 관광객 10분의 1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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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시장, 사드 보복에 관광객 10분의 1로
  • 정대영기자
  • 승인 2017.07.10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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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크루즈 관광객 195만명 중 91%가 중국인
정부, 대만·일본·미국 등 관광객 유치 나서

매년 급성장하던 한국 크루즈 산업이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국내 크루즈 시장의 다변화를 위해 정부도 대만 등 각국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관광객, 10분의 1로 쪼그라들어
국내 크루즈 산업은 그동안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정기 크루즈가 국내에 처음 기항한 2005년 크루즈 관광객은 3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매년 가파르게 늘어 2010년 17만명, 2013년 80만명을 돌파했고, 2014년 106만명으로 '100만명 고지'를 넘었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기승을 부려 88만명으로 살짝 꺾이긴 했지만, 지난해 195만명으로 급증하며 다시 눈부신 성장을 이어갔다.

올해도 2월까지 월별 관광객 수에서 전년 같은 달보다 80% 이상 무섭게 성장하는 등 올해 '200만 시대'를 무난히 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시작되면서 물 건너갔다.

올 1월 국내 크루즈 관광객은 10만4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6만명)보다 74% 증가하고, 2월 10만1천명으로 작년보다 71% 늘어났다.

그러나 3월 15일 중국 당국이 한국행 단체여행 판매를 제한한 뒤 중국발 크루즈선들이 한국 입항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관광객 그래프는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3월 관광객은 5만4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9만7천명)과 비교하면 반 토막(-45%) 났고, 4월 2만5천명(-80%), 5월 1만9천명(-91%), 지난달 1만1천명(-95%)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사드 보복'으로 이렇게까지 국내 크루즈 산업이 망가진 것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작년 전체 크루즈 관광객 195만명 가운데 중국인은 무려 91%를 차지한다.


◇ 경제 유발 효과 큰 크루즈 산업
해수부는 작년 한 해 크루즈 관광객 195만명이 방문해 기항지의 소비가 2조원 늘고 3조4천억원의 생산이 유발돼 총 5조4천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항구별로는 제주항에 120만명(507회), 부산항에 57만명(209회), 인천항에 17만명(62회) 등 총 195만명(791회)이 입항했다.

관광객 1인당 약 102만원을 지출했고, 관광객과 별도로 국내에 들어온 크루즈 승무원도 제주항 42만명, 부산항 21만명, 인천항 6만명 등 총 70만명으로 집계됐다.

기항지에서 관광객을 실어 나르려 40인승 관광버스 5만2천대가 이동했다.

크루즈 입항이 증가하면서 선내에서 사용하는 식자재, 객실 용품, 면세품 등 공급이 함께 늘어 총 103억원 규모의 수출 효과가 발생했다.

항만시설 사용료 87억원, 여객터미널 사용료 44억원, 항만서비스 공급 66억원 등 총 197억원의 항만 수입도 발생했다.

관련 산업에서는 약 2만4천명의 고용 효과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3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속초항에 10만t급 대형 크루즈 선박이 입항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2020년 크루즈 관광객 300만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 대만·일본·미국으로 시장 다변화 모색
정부는 사드 한반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외교적 긴장관계가 해소되길 기대하면서 한편으로는 크루즈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만 있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수부는 크루즈 입항 유치를 위한 관련 부처·기관 합동 마케팅 행사인 '포트 세일즈'(Port Sales)를 미국, 일본, 대만 등에서 벌였다.

3월 13∼16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 박람회에 참석해 전 세계 40여개 크루즈 선사를 상대로 '코리아 세일즈'를 폈다.

4월에는 일본 도쿄를 찾아 크루즈 선사, 여행사, 지자체 등 일본 크루즈 관계자들을 만나 마케팅을 벌였다.

5월에는 대만 타이베이를 방문해 크루즈 선사, 여행사에 마케팅 작업을 펼쳤고 대만 관광국, 기륭항만공사 등과 한∼일∼대만 크루즈 항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해수부는 한∼러∼일 노선 개발에 이어 한∼일∼대만 신규 노선 유치를 성사시켰다.

최근 크루즈 관광업이 급성장하는 대만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결과다. 대만은 국적 크루즈 선사가 없이 여행사가 외국적 크루즈를 빌려 관광상품을 직접 구성·판매하고 있다.


그 결과 이달 8일 대만 관광객 3천여명을 태운 크루즈 선박 '코스타 포츄나 호'가 일본 나가사키를 거쳐 부산항에 처음 입항했다.

코스타 포츄나 호의 여객 정원은 3천470명, 승무원은 1천27명이다.

이 크루즈선을 타고 온 대만 관광객 3천여명은 부산에 내려 지역 명소를 둘러본 뒤 다시 대만 기륭항으로 돌아간다.

이달 8일과 13일 코스타 포츄나 호 입항을 시작으로 9월 8일과 19일에도 대만 관광객 3천여명을 태운 '프린세스 사파이어 호'가 부산에 입항한다.

해수부는 하반기에도 7월 대만에서 열리는 아시아크루즈협의체(ACC) 실무회의에 참석해 정기항로 개설 등을 혐의한다.

또 8월 24∼27일 제주에서 제주국제크루즈포럼을 열어 각국 선사 크루즈 관계자를 대상으로 60여개 홍보 부스를 차려놓고 세일즈에 나선다.

해수부 관계자는 "쏠림 현상이 지나치게 심한 크루즈 시장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려 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하루빨리 개선돼 중국 관광객이 자유롭게 한국 크루즈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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