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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공판 생중계 취지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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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공판 생중계 취지 살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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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7.2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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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관심을 끄는 법원 1·2심 주요 재판의 결과를 앞으로 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25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대법관 회의를 열고 8월 1일 자로 현행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2심 재판 선고의 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생중계 허용 여부는 재판장이 결정하게 된다.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재판장이 판단할 경우에도 중계방송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선고 결과를 전 국민이 법정에 가지 않고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간 법원은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본격적인 공판·변론 시작 이후엔 어떠한 녹음·녹화·중계도 불허해왔다. 이는 상위법령인 법원조직법 제57조와 헌법 제109조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한 것과 상충한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계가 허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대법원도 규칙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재판 생중계 확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법원은 1·2심 공판과 변론에 대해 녹음·녹화·중계를 불허해 왔다. 이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제109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본격화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계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5∼9일 전국 판사 2천900여 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응답자 1천13명 중 67.8%인 687명이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선고 공판 생중계가 허용되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피고인 인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 재판에서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이나 개인정보가 노출됨으로써 사생활이 침해되고 인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고 공판에 국한하기는 했지만 재판 과정이 TV로 생중계될 경우 사실관계를 다투는 재판의 본질이 훼손돼 극단적인 경우 '여론재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고인 의사에 반해 생중계를 허용하는 기준도 사실 모호하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는 조건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피고인의 인권 사이에서 법리적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보호해야 할 권리의 구체성과 긴급성은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재판부의 숙고가 필요한 대목이다. 그런데 법정 방어가 절실한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이 침해당한다면 국민의 알 권리 보장 같은 좋은 명분도 퇴색할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재판 내용과 무관한 법정 장면이 무분별하게 방송되는 것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특히 정치적 사건 같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재판의 생중계를 허용할 때는 재판부가 합당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당장 대법원의 생중계 허용 결정을 놓고도 정치권 반응이 극명히 엇갈렸다. 국민 여론도 갈라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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