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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曲突徙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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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돌사신(曲突徙薪)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7.3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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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비하라는 의미의 곡돌사신(曲突徙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뜻을 그대로 해석하면 굴뚝을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굴뚝 근처에 있는 땔감을 미리 옮겨두라는 말이다.

 

굴뚝을 곧게 세우면 아궁이의 화력이 쉽게 전달되므로 굴뚝이 달아오르게 되고, 근처에 있는 땔나무에 불이 옮겨붙어 화재가 날 가능성이 커진다.

 

즉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사전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로 <설원(說苑)>에 나오는 고사다.어떤 사람이 마을을 지나다가 어느 집에서 굴뚝을 곧게 세우고 곁에는 땔나무를 잔뜩 쌓아놓은 것을 보았다. 그는 주인에게 충고했다. “굴뚝을 구부리고 곁에 쌓여 있는 나뭇단을 옮기시오. 그러지 않으면 불이 날 수 있습니다.”그러나 주인은 이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며칠 뒤에 그 집에 실제로 불이 났고, 동네 사람들이 힘을 합쳐 간신히 불을 끌 수 있었다.

집주인은 감사의 표시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주었던 이웃들을 초청해 소를 잡고 술을 차려 대접했다.

 

하지만 굴뚝을 구부리라고 충고한 사람은 까맣게 잊고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사람이 주인에게 말했다. “그때 당신이 그 사람의 말을 들었더라면 이렇게 소와 술을 쓸 필요도 없었고 불이 날 일도 없었을 것이오. 지금 공이 많은 손님을 초대했는데, 굴뚝을 구부리고 땔나무를 옮기라고 말한 사람에게는 은택이 가지 못하고 머리를 그을리고 이마를 덴 사람이 상객이 되었구려.”이 고사는 재난에 대비하는 올바른 자세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실제로 그 주인은 당장 화재를 막아준 이웃들에게는 감사를 표했지만 정작 그 화재의 근본적인 대책을 말해준 사람은 기억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멀리 내다보고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눈앞의 단기적인 대책에만 급급해하는 경우가 많다. <논어>에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는 말이 있다. 멀리 내다보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근심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 말은 미래를 위해 큰 비전과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 겪는 어려움은 과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결과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즉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지금 멀리 내다보고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비책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작은 불티가 큰 화재를 일으키고, 미세하게 물이 새는 작은 구멍이 거대한 둑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작은 조짐을 미리 알고 사전에 대비만 한다면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지난달 28일 밤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추가 발사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또 다시 소용돌이치고 있다.

 

오죽하면 대북 온건파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도발에 대해 즉각적으로 강경 대응을 지시했을까 문 대통령이 이달 초 이른바 ‘베를린 선언’을 통해 대북 화해 메시지와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이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정부의 대북 정책 중심이 화해에서 압박으로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근거다.문 대통령은 29일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훈련이라는 대북 위력행사를 또다시 지시한 데 이어 유엔안보리 이사회 소집을 긴급 요청했고 급기야 지난 20일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B-1B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출격 무력시위를 벌였다.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검토는 물론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자 전력 조기 확보를 서두를 것도 지시했다.

 

특히 주한미군 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의 성주 추가배치를 논의하라고도 했다.
 
그동안 사드를 놓고 한미 간, 국내 시민 사회 간 갈등이 심각하게 일어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사인이기는 하지만, 원래 한미 양국 정부는 올해 안에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따라 사드가 국내에 들어왔지만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몸살을 앓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이미 배치된 사드 장비의 운용에 필요한 전력 등 자재 공급 등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사드배치를 반대해온 일부 시민 단체와 주민들도 이제는 정부의 향후 결정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사드는 북한의 거듭되는 핵무기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위적 조치다.

 

성주에 배치한 사드를 철회할 경우 “한국민 1000만 명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토머스 벤덜 주한 미8군 사령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안보상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한미동맹은 한국의 안보의 핵심이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 장난과 사드 갈등으로 혼란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웃음을 짓는 것은 일본이다.

 

이처럼 한반도 안보가 위험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사드배치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은 한미 관계나 국가 안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모두 힘을 합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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