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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 닭...닭...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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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해, 닭...닭...닭....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8.2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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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수 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면서 달걀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마트와 시장에서 달걀이 사라지자 결국 정부는 급하게 달걀을 수입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달걀 품귀현상으로 가격은 급등했고, 오른 달걀 가격은 수입으로 어느 정도 공급이 됐지만 크게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에서 시작된 살충제 성분 검출 달걀 소동이 우리나라에도 나타났다.
 
서민들도 쉽게 구해 먹을 수 있는 영양식품인 달걀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전국의 산란계(産卵鷄) 농장들이 지난해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금년에는 폭염(暴炎)과 최근에 발생한 ‘살충제(殺蟲劑) 달걀’ 공포와 대란으로 고난을 당하고 있다. 살충제 달걀 파문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0일 벨기에(Kingdom of Belgium)가 처음으로 유럽연합(EU)에 피프로닐(fipronil) 오염 달걀의 존재를 신고하면서 ‘살충제 달걀’ 문제가 확인된 후 현재까지 유럽 독일, 영국, 프랑스 등 17개국과 아시아 국가 한국과 홍콩을 포함하면 모두 19개국에서 살충제 달걀이 확인됐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 6월 초 ‘살충제 달걀’을 처음 알고도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벨기에 농업부 장관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네덜란드 당국이 지난해 11월 살충제 달걀에 대한 제보를 받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 4월 6일 개최된 ‘유통 달걀의 농약 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bifenthrin)이 기준치를 초과한 샘플이 각각 하나씩 있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가 진행 중이던 8월 10일 기자 간담회에서 “유럽의 살충제 계란을 언급하면서 ”국내산 계란은 안전하다“고 말했다가 8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출석하여 뒤늦게 사과했다.

우리나라에서 살충제 달걀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주무부처가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나뉜 구조에서 두 부처가 손발이 맞지 않아 ‘엇박자’ 대응을 내어 사태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계란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 유통과 소비 단계는 식약처가 관할하는 체계 탓에 안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이번 사태에 대응할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의 해다. 십간(十干)의 정(丁)은 불의 기운을 상징한다. 닭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10번째 동물이다. 정유년은 닭 중에서도 ‘붉은 닭’의 해다.붉은 닭은 행운을 부른다. ‘붉다’는 것은 ‘밝다’ ‘총명하다’는 뜻을 함께 담고 있다. 따라서 정유년은 ‘총명한 닭’의 해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서 닭은 음기와 액운을 쫓아낸다. 그 대신 양기를 집에 머물게 한다. 닭은 명예와 승진 등 길한 일로 번창하는 기운을 집안 가득 채워준다.

닭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꼼꼼하다. 보수적이고 고집스러운 면도 있다. 알을 품고 병아리를 키우는 정성은 극진하다. 알에서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려 할 때 어미 닭이 껍질을 쪼아 도와주는 일은 줄탁동시(啄同時)라고 한다. 사제(師弟) 간 인연이 어느 기회를 맞아 더욱 두터워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제사에 쓰이는 닭은 운수가 나쁜 인간을 대신해 죽음으로써 인간의 운명을 원상태로 돌리거나 회생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는 신라시대 계림 숲 속에서 우는 흰 닭 위의 나뭇가지에 걸린 금빛 궤짝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닭의 울음소리는 고요한 적막을 깨고 새벽을 알린다.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소리이자 선언, 깨달음을 의미한다. 어두움을 이기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힘찬 기상을 담고 있다. 계구우후(鷄口牛後)는 닭의 머리가 될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는 말이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은 여럿 중 눈에 띄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 계란유골(鷄卵有骨)은 ‘계란이 곯았다’는 말로, 운수 나쁜 사람이 모처럼 좋은 기회를 만나도 일이 꼬이고 잘 풀리지 않는 것을 이른다. 계명구도(鷄鳴狗盜)란 표현은 보잘것없는 재주라도 쓸모가 있다는 의미이나 사소한 재주로 상대방을 속인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닭의 갈비뼈를 말하는 계륵(鷄肋)은 먹을 만한 살이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상황을 빗대어 이야기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달걀을 먹은 역사는 오래된다. 경주 황남동 155호 고분(古墳) 유물함에서 토기에 담긴 달걀 20여 개를 1973년 9월 18일에 발굴했으며, 달걀껍질이 부패되지 않고 출토된 것은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닭이 신라시대부터 가금(家禽)으로 사육되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닭의 해인 탓인지 올해에는 유난히 닭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새해부터 AI(조류인플루엔자)가 극성을 부려 역대 최대 피해를 입었다. AI 사태에 대한 국민적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했다.
 
벨기에산 살충제 계란으로 유럽 국가들이 충격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발견된 것이다.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이 49곳이란다. 이 중에 친환경농장이 18곳이나 달해 더 충격적이다. 살충제 성분도 ‘피프로닐’과 ‘비펜트린’ 외에도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 ‘피리다벤’도 검출됐다고 한다.
 
AI와 살충제 계란 사태 모두 인간의 탐욕으로 기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에 대한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이 닭을 닭장에 넣고 밀집 사육하게 했다. 자연적인 사육 환경을 역행한 밀집 사육이 살충제 계란 뿐 아니라, 조류인플루엔자 재앙을 가져왔다.
 
올해는 닭의 해인데도 유난히 닭이 수난을 많이 겪은 해로 기록될 것 같다. AI로 인해 올해에 무려 3787만 마리의 닭(오리 포함)이 살처분, 매몰됐다. 또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은 폐기되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빚어진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닭이 대신 목숨과 달걀로 갚고 있다. 자연을 역행한 댓가를 인간이 아닌 닭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다.

양계 농가마다 매뉴얼을 지키는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적당주의와 도덕적 해이가 여전하다. 일본에서 AI 피해 규모가 우리 20분의 1에 불과한 건 일사불란한 민관의 대응 태세 덕분이다. 과거 실패를 교훈 삼지 않으면 재앙을 면할 길이 없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정부 대응에 국민의 분노만 커져간다.

사실 여부를 떠나 쇠고기 파동과 같이 살충제 계란 파동도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고가 될 수 있다. 마치 전 정부의 잘못인 것처럼 책임을 전가하려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책임 있는 자세가 먼저다. 그래야 국민도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조류독감(AI) 파동을 겨우 넘긴 농가에 덮친 살충제 계란 사태는 관련 산업계에 준 충격만큼이나 소비자가 받은 충격도 크다. 국민의 먹거리 관리는 정부가 최종 책임자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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