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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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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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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8.29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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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실형 선고로 삼성그룹 '총수 공백'이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주요 계열사의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항소심 심리가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부작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2월 말 미래전략실 해체를 공식 선언한 이후 이른바 '수요 사장단 회의'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 창구는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업종별 현안이 있을 때 몇몇 CEO가 회동하거나 개인적 친분으로 만나는 경우는 있지만 전체 사장단이 모여 '그룹 살림'을 논의한 경우는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60여 개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들은 경영 전략을 사실상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 분야가 겹치는 일부 계열사는 '중복투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른바 '미래먹거리'로 불리는 신수종 사업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업 분야의 확장을 염두에 둔다. 그룹 차원의 조율이 없다는 것은 이런 신수종 사업 추진에서 계열사별 대형 투자가 겹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 빅데이터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에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IT 관련 계열사가 대부분 신규 투자를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 임원은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공격적으로 나서자니 오너의 전략적인 비전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데다 다른 계열사와의 중복투자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른 임원은 "문제는 이런 불확실성의 시기가 최소한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면서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2심 최대 구속기간(6개월)인 내년 2월 말까지 구치소에 수감된 채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구치소 생활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날 때까지만이라도 한시적으로 옛 미전실과 비슷한 임시 조직이 만들어지거나, 정치권 식의 '비상대책위원장' 외부 영입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의 총수가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는 것은 이 회사 79년 역사상 처음이다. 굳이 국제신용평가사나 외국언론의 진단이 아니더라도 삼성이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로 삼성에 '부패 딱지'가 붙으면,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하는 미국 등에서 거액의 벌금이나 사업 기회 제한 같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외국인 지분(53.5%)이 사주 일가의 영향력 행사 지분(19.9%)보다 월등히 많은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상 해외 투기자본이 경영권을 공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삼성전자는 연 매출 200조 원을 올리고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초일류 기업이다. 이 회사가 흔들리면 국가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28일 사내 게시판 글에서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우리가 모두 한마음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면서 "경영진이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삼성전자의 최고위 경영자가 처음 위기극복의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아직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이 남았지만 당장 이 부회장의 부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권 부회장의 다짐처럼 모든 임직원이 전심전력해 위기국면 돌파에 매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울러 이 부회장과 회사 경영시스템을 겨냥한 비판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총수 한사람한테 과도히 의존하는 의사결정 구조는 삼성전자 같은 세계 일류기업과 어울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선 불행한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경영시스템을 혁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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