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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법제화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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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법제화 명확한 기준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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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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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아차가 패하고 1조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 '폭탄'을 떠안게 되자,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법 개정을 통해 아예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으로 못 박자는 얘기가 정부 안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고, 재계에서는 특근 등 근로 체계를 본질적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재계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불거진 통상임금 논란이 입법 미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일면서 통상임금의 명확한 산정 기준을 서둘러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전날 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판결과 관련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을 지도하고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할 생각"이라며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도록 근로기준법의 조속한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 등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통상임금의 정확한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통상임금의 법적 기준이 모호해 통상임금 소송의 승패가 '신의성실 원칙(신의칙)' 적용 여부로 갈리는 데 따른 예측 불확실성을 줄여주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부장 권혁중)는 지난 31일 기아차 근로자 2만7424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1조926억원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는 신의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동안 신의칙이 재판부마다 달리 적용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회사 경영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소송의 승패를 예측할 수 없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액을 말한다.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혼선이 생기자 고용노동부는 1988년 1임금 지급기(1개월)마다 지급되는 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지침을 세웠다. 하지만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근로자와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퇴직금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1개월을 초과해 지급하는 금품이라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고용부는 매달은 아니더라도 정기적으로 나오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으로 지침을 바꿨다. 노동부는 신의칙에 대해서도 2013년 12월 대법원 판결 이전의 노사 합의에는 적용되지만 그 후에는 노사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자'고 합의했더라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고용부는 이런 기조에서 통상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정치권에서도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이 통상임금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을 줄이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다. 현재 진행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100여 건에 달하는데 법적 기준이 정리되면 이런 혼란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다만 통상임금 기준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노사의 이해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노사 간 이해 균형을 최대한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로 임금체계도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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