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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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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소나무다
  • 이미라 북부지방산림청장
  • 승인 2017.09.05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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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산림청에 근무하다보니 내 친구 P는 짓궂게 묻는다. 대추나무에서는 대추가 열리고 모과나무에서는 모과가 열리는데 '왜 소나무에서는 소(牛)가 열리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소(牛)가 열리는 소나무를 몇 그루 달라고 어거지를 쓰는데 나는 P가 그럴 때 마다 내년에는 소(牛)가 열리는 소나무를 주겠노라고 약속을 하곤 했는데 아직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사실 소나무는 '남산위에 저 소나무...'라고 애국가에서도 등장하고, 한국인은 '소나무 아래에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라고 할 정도로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전국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음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친근한 나무라서 내 친구 P가 그러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나무에서 돈은 열리지 않는 것을 P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

 

소나무는 친근한 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다. 자라는 위치에 따라 육송(陸松) 또는 해송(海松)으로 불리고, 껍질 색깔에 따라 적송(赤松, 붉은 소나무), 곰솔(흑송이라고도함) 등으로 나뉜다. 이밖에도 줄기가 곧으면서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나게 붉은 것은 금강송(金剛松)이라고 부르고, 키가 작고 나무줄기가 많이 퍼진 소나무는 반송(盤松)이라고 한다.

 

북부지방산림청 청사 3층 벽에는 소나무가 그려진 액자가 걸려 있는데 ‘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 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이 글귀는 논어에 나오는 말로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송백이 늦게 시듦을 안다'라고 하여 겨울이 다가오면서 낙엽이 지는 대부분의 활엽수와 대비하여 찬 겨울 대지에 서 있는 소나무를 절개, 우뚝 솟음, 지조 등의 이미지를 인간의 세속적인 삶과 연계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러한 소나무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하여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1mm이내의 실 같은 작은 선충으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다른 소나무에 옮기며 건전한 나무 상처부위로 침입한 소나무재선충은 1주일 만에 20만 마리로 증식하여, 나무의 수분이동 통로를 막아 1년 내에 100% 죽게 되는 무서운 병이다.

 

북부지방산림청에서는 이와 같이 증가하는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2021년까지 소나무재선충병을 관리가능한 수준의 방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총력 대응하고 있다.

 

북부지방산림청에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소나무재선충병 조기예찰을 강화하기 위하여 산림병해충예찰·방제단(50명)을 운영하고, 약 40만㏊에 대한 항공예찰을 현재 실시하고 있다. 또한 재선충병 피해확산을 막기 위해 선단지(先端地)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방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방제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협력체계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여 공동방제와 컨설팅을 확대하고, 전문교육으로 방제담당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성을 높일 계획이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100전 100승. 소나무재선충병의 발생 원인은 기주수목(소나무·곰솔·잣나무), 매개충(솔수염·북방수염하늘소), 병원체(소나무재선충) 등 3가지 요인의 밀접한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이들 중 하나의 연결고리만 끊어도 소나무재선충병은 막을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나 산림연구기관, 산림기술사 등 각계 분야에서 매개충과 병원체 차단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재선충병에 저항성을 갖는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5년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62%가 소나무를 선택할 만큼 소나무는 우리 정서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북부지방산림청은 우리나라 상징인 소나무를 지키고 국민이 함께 이룬 푸른 숲을 후세에 온전하게 물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柏之後彫也)라 너는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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