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김영란법 시행1년 득과 실은
상태바
김영란법 시행1년 득과 실은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09.11 14: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 추석을 코앞에 두고 시행 1년을 맞는 가운데 득과 실은 무엇인지 되돌아 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추석이 코앞인데 시행령을 개정하려면 입안에서부터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국무회의까지 최소 10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아무리 짧게 잡아도 두 달은 걸려 추석 전 가액 조정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인 셈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여전히 그대로다.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최소한 ‘3만·5만·10만원’ 허용 가액을 상향 조정해달라는 호소도 허공에 외친 격이다.

법 시행 이후 나타난 부작용이나 객관적인 피해 자료를 들이댔지만 ‘쇠귀에 경 읽기’로 끝난 모양새다.
 
최근 자영업자·한우농가·농어민 등을 중심으로 추석 전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때다. 국민 생활을 지나치게 규제하지는 않는지, 법 위반을 감시하고 제재하는 실효적인 수단은 없는지, 규제의 비용과 편익은 제대로 따졌는지 꼼꼼하게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문제점을 과감히 손질해야 할 것이다.김영란법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부당한 청탁과 과도한 접대관행을 없애고 청렴문화 정착에 기여한 점이 눈에 띈다.
 
1년 사이에 관공서와 병원 등에 청탁을 하는 사례가 거의 사라졌다. 술이나 골프 등 접대문화도 찾아보기 힘들다.
 
접대문화가 가장 발달한 제약업계의 접대비는 20%가량 감소했다. 이는 국민들에게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의식을 불어넣었다.

그럼에도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애매한 조항은 여전히 오해를 낳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민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축산업의 경우 1년 만에 한우 사육농가가 15%나 감소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후 주요 유통매장의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이 20~30% 줄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음식점 10곳 중 7곳이 수입이 줄고, 평균 매출 감소율도 37%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은 다가오고 있는데 농축산업과 자영업 등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고통을 계속 외면하며 희생을 강요하는 건 곤란하다.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서민경제를 위축시키는 과도한 조항은 고치는 게 맞다.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청탁금지법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특히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11월이나 12월에 대국민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
 
시행 1년을 맞아 법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도 김영란법을 언급한 만큼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국회에는 이미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상한액 기준 변경과 농축산물 예외 규정 등 보완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반부패 정책의 제도적 틀을 확고히 다지면서 어려움에 빠진 서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추석 전에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가액이라도 높여달라는 농업계의 요구를 외면함에 따라 농축산물 소비절벽이 이번 추석에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과·배 같은 주요 농산물은 설과 추석 명절기간에 약 40%가 판매된다. 농업계에선 “정부가 농민 희생을 발판으로 청렴사회 구현을 추진한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김영란법은 시행 전부터 광범위한 규제 탓에 농축산물 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법 시행 후 처음 맞이한 올해 설 명절 과일과 쇠고기 선물세트 판매액은 1년 전보다 각각 31%, 25% 줄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 조사에서는 음식점 10곳 중 7곳이 타격을 입었고, 평균 매출 감소율도 3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때문에 농업계는 줄곧 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제외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했다.
 
추석 명절을 두달가량 앞둔 7월부터는 올 설 같은 농축산물 소비부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행령상의 가액이라도 조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이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축산물 소비와 직결되는 식사(3만원)와 선물(5만원) 가액을 각각 5만· 10만원으로 조정하자는 의견을 여당과 청와대에 전달했다.
 
그렇지만 소관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완강한 반대 때문에 시행령 개정 논의는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권익위는 8월25일 ‘청탁금지법상 추석 선물 수수 허용범위’에 대한 안내자료를 냈다.
 
추석을 앞두고 있다고 해서 법 시행을 완화하기보다는 법 취지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가 깔려 있다.

권익위는 8월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선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와 국민 의견을 바탕으로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국책연구기관에 맡긴 연구 결과가 연말께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추석 전 시행령 개정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란법 1년을 맞아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 현실에 맞게 대응하는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