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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추석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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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추석을 기다려 본다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09.28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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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은 이상적인 고온 현상으로 35~39%의 살인적인 폭염(暴炎)이 한 달 이상 계속 돼 왔다. 그러나 계절의 순환법칙은 어길 수 없는지…9월을 맞이하고 추석(秋夕)이 눈앞에 다가오니 한낮의 쨍쨍한 날씨 속에서도 아침저녁으론 제법 초가을다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 동안 약 3,800만명의 민족 대이동으로 고속도로와 지방도로에선 차량들의 거북이 걸음으로 심한 정체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이를 바라보는 서방인들은 우리의 길게 늘어진 차량 행렬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 고유 추석명절에 숨어있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어찌 알겠는가? 추석 연휴때 극심한 차량 정체현상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어도 부모님 또는 형제나 친지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잊기도 한다. 고향 가는 길은 묘한 감흥과 그리움으로 채색돼 있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며 추석 명절날 우리 국민들은 소원을 빈다. 가장 큰 소망은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이다. 올 한해가 아직 다 지나지 않았지만 무척 다사다난한 한해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 심판, 새 대통령 조기선출, 고조되는 북핵 위기 등 중대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새롭게 국정에 발걸음을 떼자마자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이 한반도 안보를 극도로 위협하는 상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가족들과 보내게 된다. 올해 추석 연휴는 역대급 황금휴일이라할만 하다. 임시 공휴일과 주말을 합하면 무려 10일이나 된다. 별도의 휴가나 연휴 일정을 계획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가족들과의 정겨운 만남, 조상에 대한 차례를 지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할 터이다.

수 천 만 명이 이동하는 추석 명절과 설 명절에는 세대를 초월하고 지역을 초월해 민심이 뒤섞인다. 10대의 손자와 손녀가 80대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만나게 된다. 오순도순 송편을 빚고 정담을 나누는 와중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가족 걱정과 나라 걱정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올 추석 가족들이 모여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아픈데 없이 건강한지, 일은 잘 풀리고 있는지 등등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로 시작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秋夕)과 관련된 속담들이다. 이제 닷새 뒤에는 추석이다. 추석은 추수의 계절과 맞물려 풍성함 그 자체다. 햇곡식으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을 나눠먹으며 풍성함을 만끽한다.

어릴 적 '추석빔'을 얻어 입고 즐거워하던 기억도 새롭다. 일가친척에게 받은 용돈이 누가 많은지 친구들과 자랑하는 것도 기분 좋은 기억이다. 평소 맛보지 못했던 음식을 접하는 것도 어릴 적 추석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각종 전에 고기반찬, 기억만 떠올려도 군침이 돈다.

조금 더 어른이 된 후 "취업은 했느냐", "결혼은 했느냐" 등 친척들의 질문은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래도 과거 추석의 기억은 풍성함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추석이 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이들이 많다.

직장인들은 월급은 그대로인데 추석 연휴기간 지출해야 할 목돈에 부담이 커진다.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 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추석에 지출할 예상 비용이 평균 58만원으로 집계됐다. 10명 중 2명은 100만원 이상을 예상했다.

더구나 이번 추석명절은 대체휴일까지 포함돼 무려 10일이나 쉰다. 오랜만에 일가친척을 만나고 모처럼 긴 휴식시간을 갖는 것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가계수입을 감안할 때 여유로움만 느껴지지 않는다.

주부들은 높아진 물가에 추석 상차림이 고민이다. 유례없는 폭염과 장마의 영향으로 채소류 등 신선식품을 비롯한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부 전모씨는 "남편의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면서 "추석이 되면 양가 부모님에 더해 조카들 용돈을 준비해야 하고, 추석 상차림 비용 등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연휴가 길어지며 다른 이들은 해외여행을 간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는데 가계형편을 고려하면 추석이 전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등도 이번 추석연휴가 열흘 간 이어지며 매출걱정이 커졌다는 얘기가 많다. 마냥 즐겁고 풍성해야 할 한가위가 누구에게는 가혹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연휴가 길던 짧던 서민 모두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한가위를 기다려 본다. 또한 나라의 안정과 평화와 함께 우리모두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추석날 밤 휘영청 보름달에 빌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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