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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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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 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 승인 2017.10.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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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훈 지방부장 속초담당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존립기반이 흔들려 결국 소멸단계에 이르고 만다. 
국민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면 정부와 정치, 기업은 오래가지 못하고 불신은 자멸의 요인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주위에서 목격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회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신뢰회복과 강화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특히 요즘 정치권을 바라볼 때 국민적 신뢰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서로 헐 뜯고 비난과 비방이 난무할 뿐 국민들의 먹고사는 일을 비롯해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북핵문제, 경기침체에 따른 국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소하는 데에는 늘 뒷전이다. 
이 나라의 정치권에서 밥을 먹고사는 사람들은 대화와 타협은 점점 실종돼 가고 있고 국민들의 눈 높이에 비해 낮은 수준의 통치 철학은 늘 국민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고대 중국의 약소국이었던 제나라를 대륙을 호령하는 패권국으로 만들고, 자신이 모시던 군주인 환공을 ‘춘추 5대 패왕’으로 만들었던 명재상 관중은 자신의 통치철학을 이렇게 표현했다.“백성은 곳간이 가득 차야 예절을 알고 의식이 풍족해야 영예와 치욕을 안다.”관중은 제나라를 군사대국뿐 아니라 ‘예의염치(禮義廉恥)’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 대국으로 만들려는 꿈이 있었다.

이런 나라를 만들려는 관중의 통치철학의 핵심은 바로 백성을 잘살게 만드는 데 있었다.  

아무리 군사적으로 부강해져도 백성이 잘살지 않으면 그 나라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정확히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딴 책 <관자>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치국평천하는 백성을 잘살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백성이 부유하면 다스리는 것이 쉽고, 백성이 가난하면 다스리는 것이 어렵다.

”관중보다 후대의 인물이었던 공자는 관중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백성을 먼저 잘살게 해야 한다’는 정신에는 뜻을 같이했다.< 논어> 자로편에 실려 있는 고사이다.공자가 위나라로 가고 있을 때 제자 염유가 수레를 몰고 있었다. “백성이 많구나.” 공자가 말하자 염유가 물었다. “백성이 많은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부유하게 해야 한다.” 염유가 또 물었다. “부유하게 한 다음에는 또 무엇을 해야 합니까?” “가르쳐야 한다.” 백성을 도덕적으로 바르게 가르치기 이전에 먼저 백성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관중과 공자의 이런 정신은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일정한 생업과 소득이 없으면 올바른 정신이 깃들 수 없다’는 뜻으로 나라의 도덕성은 경제적 안정이 돼야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적용돼 현재 우리가 겪는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잘 말해준다.  

‘헬조선’이나 ‘삼포세대’와 같은 말들이 모두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의 고통에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다.맹자는 정통 유교의 맥을 이었던 인물이지만 무엇보다도 피지배계층 즉, ‘민본주의(民本主義)’를 대변하는 철학자로 유명하다.

심지어 맹자는 백성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잘살게 해주지 못하는 군주는 갈아치워도 된다는 ‘역성혁명’까지 주장했던 진정한 개혁정신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인지 맹자 철학을 집대성한 <맹자>에는 군주들이 백성을 잘살게 하고 백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다양한 고사들이 많이 실려 있다. 
‘무항산 무항심’도 양혜왕에게 올바른 정치를 일러주는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가가 백성에게 생업과 소득을 만들어주지 못하면 백성은 어쩔 수 없이 타락하게 되고, 그로 인해 범죄에 빠진 백성을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백성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논어> 안연편을 보면 공자는 경제적 안정 못지않게 중요한 것 두가지를 말하고 있다.

제자 자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식량을 풍족하게 하는 것, 군대를 튼튼히 하는 것, 그리고 백성이 믿도록 하는 것이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군대를 버린다”라고 공자가 답했다.

자공이 또 물었다. “어쩔 수 없이 또 한가지를 더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 “식량을 버린다. 예부터 죽음은 있는 것이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공자는 나라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 튼튼한 국방과 풍족한 경제, 그리고 백성의 신뢰를 들었다.

그중에서도 국민의 신뢰를 가장 중요시해 국방과 경제보다도 더 우선에 두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상황도 바로 이와 같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끊임없이 위협하고, 경제 역시 극심한 빈부격차와 실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그 대책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지만 무엇보다도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국민의 신뢰가 없이는 나라가 존립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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