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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정야(政者正也)와 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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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정야(政者正也)와 적폐 청산
  • 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 승인 2017.11.1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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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경 지방부국장 포항담당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하면서 논어(論語)에 나오는 정자정야(政者正也)를 좌우명으로 삼았다. 정치는 바른 정책을 행하고 사사로이 흐르지 않으며 공사를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통치자에 따라 얼마나 그 나라가 흥망성쇠 했는지를 배웠다. 연산군은 어머니 죽음에 한을 풀기 위해 피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어미의 비참한 죽음을 외할미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어, 그동안 감쪽같이 속아 왔음을 알아챈 연산군은 드디어 폭군이 됐다.


반면 정조는 아버지 죽음에 쌓인 한을 담담하게 풀어나갔다. 역사의 기록이다. 오늘 문득 이 두 왕들이 비교됨은 우연이 아니리라.

소탈하고 진정성 있는 행보와 가장 낮은 자세로 대통령직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연일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지율도 연일 상향곡선이다. 문 대통령은 그 환호와 갈채 속에 국가 대개조의 닻을 올렸다. 이른바 적폐 청산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적폐를 일삼던 세력이 이를 청산하려 해서는 안되는 일 아니냐며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침묵하는 이들은 적폐로 분류되고 목소리 큰 사람은 마치 망나니의 칼을 든 냥 우쭐되고 있으니 연산군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즉, 적폐 청산은 그렇다 치고, 지역에서는 친문도 아니면서 친문이라 자청하는 이들의 행태가 과관이 아니다. 보수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모두 적폐로 분류하는 오류를 넘어 이제는 공공연한 편가르기에 몰두해 있는 모양새다. 그 서슬이 퍼렇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명박 정부 당시 관계자나 상당수의 T.K주민들은 혹자들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과 관련된 사안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그의(노무현)의 치열함이 나를 늘 각성시켰다. 그의 서거조차 그러했다. “이제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 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고 썼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광우병 촛불시위로 큰 위기를 맞았고, 몇 달 뒤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를 고리삼아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그 수사가 최악의 비극적 결말을 맞았으니 그 굽이굽이에서 얼마나 많은 한이 쌓였을까. 그 당시 수사에 입회했던 문 대통령은 검찰에 대해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서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고 했다. 어딘가에 분노와 적개심이 응축돼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도 단호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한민국이 묻는다.’라는 책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를 사자성어로 표현해 달라는 주문에 주저 없이 양상군자(梁上君子)라고 했다.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사업 비리로 도둑질 했다고 노골적으로 몰아붙였다. 문 대통령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매일 감동이다. 그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실이 후회된다.”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필자는 어찌됐던 대구·경북에서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홍준표 후보가 두 배에 가까운 득표를 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대구·경북이 홀대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다 안고 가겠다.”고 했다. 어디서 수없이 들었던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근래 어느 대통령 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온 국민에게 탕평책으로 지역홀대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만 4대강 사업이나 남북교류, 개성공단 같은 것은 새 정부가 안정을 찾은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인데 서두르는 이유를 알기 어렵다.

아직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할 일도 첩첩히 쌓여 있다. 물론 취임 초기에 개혁을 하지 않으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은 선후가 있다. 일찍 서둔다고 큰 성과를 거두라는 법은 없다. 국민 경제가 말이 아니다. 시중에서는 ‘죽겠다’는 소리가 빈번하다. 물가가 오르고 공과금도 오르는 마당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안정이다.

적폐청산도 해야겠고, 전 정부 비리도 캐내야 하지만, 가장 먼저가 촛불시위에서 보여준 민심부터 살펴 주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문재인 정부만은 악순환을 불러올 한(恨)의 정치를 하지 않는 정부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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