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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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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로남불’
  • 최재혁 지방부 부국장 정선담당
  • 승인 2017.11.23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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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이 유독 심하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이 단어가 나오면 일반 사람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가 지명될 때마다 내로남불이라는 풍자가 뒤따르니 국민들은 열을 받는다.

스트레스를 주는 용어가 또 있다. 캐비어 좌파다. 자신들은 값비싼 철갑상어 알을 즐겨 드시면서 입으로는 하류계층을 위하고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로 1981년 집권한 프랑스 사회당 정권의 프랑수와 미테랑대통령 등 부자 좌파를 비꼰 말이다. 이런 정치인들을 영국에선 샴페인사회주의자, 독일에서는 살롱공산주의자, 미국에선 리무진리버럴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진보를 내세워 좌파 성향의 주장이나 공약으로 공직에 진출하며 돈도 많이 모은 사람들을 강남좌파라고 했다. 2005년 전북대 강준만교수가 처음 쓴 말로, 386세대의 이중적이고 자기모순적인 행태를 비꼬며 쓴 말이다. 그러니까 이런 부류의 행태가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님은 그나마 위안이다.

‘내로남불’은 국립국어원의 우리말 샘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으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합리화하는 태도를 이르는 말로 정의되어 있다. 정치권에서 주로 쓰이는 말로, 과거를 반성하고 또 그것을 포용하지 않으면 ‘내로남불’의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해 올해의 키워드로 이름을 올릴 것 같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후보시절 국민들에게 공약했던 내용을 5개년 100대 국정과제로 집대성하여 ‘나라다운 나라’를 바로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시중에 회자되고 있는 ‘내로남불’의 몇 가지 유형에 대해 귀를 기울이면 소통과 국민통합에 힘입어 정책수행에 성원을 받을 것 같다.
 
첫째,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문제다. 국정과제 1호로 전(前) 및 전전(前前)정부에 대해 적폐청산을 시행 중이다. 여당은 적폐청산으로 보는 반면, 야당은 정치보복으로 보고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지금 여당이 야당의 입장에서 정치보복이 아닌 적폐청산이라면 잘하는 것이지만, 정치보복이란 답이 나온다면 여야 정권이 바뀌는 순간 정치보복의 악환이 시작될지 모른다. 법대로 시행하면 될 것이다.

둘째,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문제다. 원래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수사나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도록 돼 있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특수활동비를 준 사람과 받은 사람들이 구속되었는데 역대 정부 모두가 자유롭지 않다는 반발이 있는 것 같다. 국회의원 중에는 생활비·자녀유학비 등에 쓴 사람도 있다.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개선이 필요한 사항이다.

셋째,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과 재개문제다. 지난 6월27일 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배심원단의 결과에 따르기로 했는데 10월20일 배심원단은 공사 재개 59.5%, 중단 40.5% 및 원전을 축소하는 에너지 정책결정을 정부에 권고하였다. 문대통령은 10월22일 “정부는 그 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하겠다”고 밝혔는데, 말 한마디에 1000억 여 원의 국고손실과 공사 중단 찬반의 국론분열은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넷째, 국가안보와 사드배치 문제다. 언론보도를 보면 한·중간의 사드배치 갈등문제는 봉합의 수순을 밝고 있는 것 같다. 사드배치의 핵심은 대한민국방호인데,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 등의 50% 이상이 집중되어있는 수도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사드배치의 말이 없다. 수도권에 사드 추가배치 없이 방공망으로 북핵에 대응가능하다면 왜 성주에만 사드를 배치했는지 궁금하다.

다섯째, 문대통령 재임기간 공무원 17만4000명을 증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국가재정만 가능하다면 이보다 더 많은 공무원을 증원해도 될 것이다. 재정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공무원이 임명되면 정부와 지자체 재정 악화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면밀한 재정산출로 미래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공무원만을 증원해야 한다.

어쨌거나 신조어 ‘내로남불’은 위트가 넘치면서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고, 압축적이며 이해가 빨라 수 년 째 신조어로 자리매김 한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표현 즉,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사고 모드가 180도 변하면서 이를 상대방에 뒤집어씌우니 정의의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용어다. 어느 정부든지 공과(功過)는 있기 마련이며 국민들은 이를 선거로 심판한다. 정치적 도의를 지키고 국가와 국을 위한 참정치를 한다면 ‘내로남불’이란 용어는 자연스레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적폐청산 작업을 쉬 끝낼 것 같지는 않다. 부처, 기관별로는 앞다퉈 적폐청산위원회나 진상조사위원회 등을 구성해 과거사 응징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업무가중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적폐를 뿌리 뽑아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검찰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나는 국정원의 한심한 작태나 권력 사유화 정황 등은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특정 프레임 또는 진영논리에 의해 전쟁을 치르듯이 청산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일각의 반발 및 적폐의 실체, 성격, 대상을 둘러싼 논란에 더해 갈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굳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대북 문제나 어려운 경제, 청년층의 실업난 등을 되뇔 필요는 없다. 다만 적폐청산이 하루아침에 이뤄질 성질도 아니고 이 과정에서 정치보복이니, 지방선거를 겨냥한 적폐 낙인찍기 따위의 시비가 일어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

따라서 휘몰아치는 태풍식 청산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잘못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을 기대한다. 특히 검찰은 지금이야말로 존재 이유를 보여줘야 한다. 어느 한쪽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검찰'로서 신속히 실체를 규명해 정파보다는 국민이 수긍할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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