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77] ‘민심’이 제 논에 물대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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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77] ‘민심’이 제 논에 물대기인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8.02.2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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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국민들은 아무 말도 안했다’라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듣기 좋은 덕담만 했거나, 또는 덕담만 골라 들었다면 민심은 침묵인 것이다.
 
민심은 무엇일까. 설 연휴가 끝나고 ‘이것이 민심이다’고 밝힌 광주. 전남지역 국회의원들과 주변 인사들의 반응을 보면서 문득 민심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민심이란 굳이 사전을 들춰보지 않아도 국민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보편적인 마음을 말한 것이다. 또 이런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 정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설 연휴 뒤 국회의원들이 밝힌 민심은 마치 ‘만 사람의 만 가지 생각’ 인 듯 제각각이었다. 아전인수도 그런 아전인수가 없다. 국회의원들이 밝힌 민심에 민심은 없었다.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이 속한 정당의 이해관계만 휘날렸을 뿐이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고 있는 민주당의 반응을 보자. “지역 정치권이 3당 체제로 바뀌었지만, 지역민의 민주당에 대한 기대는 오히려 더욱 커졌다.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성공해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적폐청산을 이끌어 가달라는 당부가 많았다.” 광주. 전남지역 18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당 소속인 이개호의원이 전한 민심이다.
 
다른 민주당 당직자도 “안철수 대표에 대한 실망감은 확인사살하듯 견고해진 느낌을 받았고, 민평당에 대한 기대 역시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이 확인한 민심은 그 것 뿐이었을까. 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해서 자만하지 말라”거나 “지역 정치가 다시 일당 체제가 되면 안 된다”라는 쓴 소리는 ‘민심’에 없었을까 궁금하다. 호남의 유권자들이 국회의원 1석을 제외하고 전의석을 국민의당에게 주었던 이유는 이제 정말 사라졌다고 믿느냐고 묻고 싶다. 덕담은 민심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텐테 말이다.

반면 국민의당에서 탈당, 민주평화당으로 옮긴 최경환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나 바른미래당에 대해서는 별로 말씀이 없었다. 민주평화당 선택을 잘했다고 평가해주는 지역민이 대부분이었다. 정부에 협력하되 호남에서는 강한 경쟁을 주문하는 이들이 많았고, 바른미래당을 택한 호남권 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고 했다.
 
국민의당 대표를 지냈던 민주평화당 박지원의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문 대통령은 잘하고 있고, 안철수 전 대표는 XXX라는 반응이었다”며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진데 대해 몇몇 이탈한 의원들을 배신자로 보는 의견도 많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상황을 감안하고, 안철수 전대표나 바른미래당을 깔아뭉개자는 전략이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전략은 이미 전략이 아니다. “국민의당이 그 꼴로 전락하고 사라졌는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정계은퇴를 하겠다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호된 질책은 들을 수 없었던가 궁금하다. 혹시 “지역정서에 기대어 선수를 늘리고 정치생명을 연장하는데 모든 것을 걸고 있지 않느냐”라는 직설화법은 듣지 못했는가 묻고 싶다.
 
바른미래당에 합류한 주승용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부정적이고 실망했던 민심이 설을 계기로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걱정이 기대감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다. 바른미래당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면 힘들고 어려운 길을 가는 것에 대해 다들 공감해 주신다”고 말했다.
 
설이 무슨 마술을 부린 것도 아닐텐데 무슨 이유로 민심이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는 변곡점이 됐는지 알 수 없다. “호남의 기대와 지지를 그토록 많이 받았으면서도 무능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당으로 소멸해버린데 대해 석고대죄하라”는 민심은 듣지 못했는가 묻고 싶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의 어정쩡함으로 살아나겠는가라는 현실적 질문은 누가 하지 않던가라고 묻고 싶다.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민심은 민심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정당의 프로파간다(Propaganda)일 뿐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국민들은 아무 말도 안했다’라는 것이 정확한 민심이다. 듣기 좋은 덕담만 했거나, 또는 덕담만 골라 들었다면 민심은 침묵인 것이다.
 
원한다면 모두에게 공통으로 들리는 민심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다.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민심을 신문을 통해 읽던 누군가가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저래서 정치하나 보다 ㅉ ㅉ”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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