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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법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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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법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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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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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자금 횡령과 각종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8일 재판에 불출석했다. 재판부는 정식 재판이 시작된 지 두 번째 기일 만에 법이 정한 피고인의 출석 의무를 회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이 전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질책한 뒤 모든 재판에 나올 것을 명령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정식 공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5일 구치소에서 직접 불출석 사유서를 적어 재판부에 제출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증거조사 기일엔 출석하기 어렵다는 게 이 전 대통령 입장이다. 다만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직접 확인할 게 있어서 사전에 출석을 요청하면 법정에 나오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을 통해 출석을 요청했고 구치소 측에 소환장도 보냈으나 끝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장은 이날 변호인단에게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출석하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은 뒤 "피고인이 증거조사 기일에 출석할 필요가 있는지는 피고인 스스로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질타했다. 또 "지난 재판에서 본 바로는 여기까지 출석하지 못할 정도의 건강 상태는 아니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증거조사 기일은 실질적으로 사실관계를 다투는 기일이라 피고인으로서도 직접 보고 다투는 게 방어권 행사에 도움될 것"이라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매 기일에 출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매 기일 출석을 명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피고인이 이런 사정에 관한 설명을 듣고도 다시 불출석 사유서를 낸다면 출정 거부로 판단하고 형사소송법 규칙에 따라 필요한 절차를 밟겠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의 법 위반 태도도 따끔하게 질타했다. 재판장은 "피고인께서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법질서나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계신다 생각했다. 전직 대통령께서 법률적인 의무나 이런 부분을 다 알고 불출석을 결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재판장은 특히 "형사 절차에서 피고인이 선별적으로 재판에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은 어떻게 보면 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재판장은 변호인단에게 "피고인이 실제 그런 생각으로 불출석하겠다는 것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뒤 "오늘은 피고인이 안 나온 만큼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12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이 전 대통령 측 강훈 변호사는 재판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법정에 출석할 권리도 있고 의무도 있다고 해석하는데, 우리와는 법률 해석상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 나가서 스스로 변론할 기회를 갖겠다는 것은 자기 권리이고, 스스로 그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 역시 자유의사 아니냐"라며 재판부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인사가 형사 사건으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재판에 선별 출석하겠다고 강변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 더 민망하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번 재판부터라도 꼭 출석해 국민에게 법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재판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자신에게 불리하면 당당하게 반론하면 된다. 그런 정당한 기회를 아예 제쳐놓고 건강을 핑계로 재판에 마음대로 나가지 않겠다는 것은 전직 국가수반에 어울리지 않는 처사다.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서 건강 등을 이유로 작년 11월 이후 모든 재판을 거부한 채 불출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늦었지만 항소심 재판부터라도 재판정에 직접 나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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