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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동력 손상 우 범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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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동력 손상 우 범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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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0.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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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29일 이례적으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회동하는 등 우리 정부 핵심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대북정책을 조율했다. 비건 대표와 우리측 인사들 간의 연쇄 회동 계기에 양측은 북미대화 추진 동향을 공유하고, 우리 정부가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다방면에 걸쳐 추진중인 남북 교류협력 사업과 관련한 제재 예외 적용과 비핵화와의 속도 조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날 방한한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예방한 뒤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1시간여 협의했다. 이 본부장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협의한지 불과 일주일만의 만남이었다.


이어 비건 대표는 오후 청와대에서 임종석 실장과 회동했다. 이는 미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미국의 대북협상 수석대표는 청와대 방문시 통상 안보실장을 만나는 것이 보통인데, 청와대의 2인자로서 국정 현안을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비서실장을 만난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는 면담 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2차 북미정상회담 진행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비건 대표에게 북미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고, 비건 대표는 우리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복수의 외교 및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철도연결 공동조사 등 남북이 합의한 협력 사업과 관련한 대북 제재 예외적용,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현장 방문 등에 대해 우리 측과 '온도 차'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만큼 임 실장은 남북간 합의한 협력 사업들이 대북제재의 틀 안에서 추진될 것임을 강조하고, 일부 물자 반출 등과 관련한 제재 예외 인정을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과 미국 간 후속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본격적인 딜에 앞서 고도의 밀고 당기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추상적이고 큰 틀이 아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두고 협상을 벌일 단계이기 때문에 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이고, 협상 국면이 중단된 것도 아니기에 아직 큰 걱정을 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북미가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하지 못하고 입구에서만 맴돌다가 자칫 타이밍을 놓치고 협상 동력이 손상되는 우를 범하지 않을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20년 이상 끌어오던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단숨에 풀릴 것이라고 기대하는 자체가 과도한 장밋빛 전망일 수 있다. 하지만 북미 두 정상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노력을 약속했고, 3차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우리의 촉진자 노력도 가세하였기에 이번에는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북미가 조속히 만나서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 채널이 더는 지체되지 말고 가동돼야 한다. 미국의 만나자는 제안에 북한이 우선 응답해야 한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남북관계 진전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장 이달 하순에 하기로 남북이 합의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도 날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간의 더 긴밀한 조율도 필요하다. 양측이 이견도 있겠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서로 다른 생각은 물밑조율로 좁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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