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사가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28차례 부분 파업을 벌였다. 더욱이 노사 양측이 고정급여 인상 여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노사갈등이 장기화 조짐마저 보인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달 29일 열린 임단협 제13차 교섭에서도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6월 첫 상견례 이후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해를 넘기며 8개월째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 30일까지 부산공장에서만 총 28차례 부분 파업(104시간)을 벌였다. 르노삼성 한 관계자는 "주간조 8시간 근무 중 4시간, 야간조 8시간 근무 중 4시간 등 하루 2차례 부분 파업이 이뤄지는 날이 있었고, 부산공장뿐 아니라 전국 12개 정비사업소에서도 5∼6차례 부분 파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부분 파업시간을 합산하면 르노삼성에 기업노조가 생긴 2011년 이래 최장 부분 파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고정비 인상 여부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안을 보면 기본급을 유지하면서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생산성 격려금(PI) 350%(300% 기지급 또는 지급예정 포함), 이익배분제(PS) 선지급 300만원, 성과격려금 300만원,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정기상여 지급주기 변경, 단체협약 개정 등으로 일시 지급 총 보상액 최대 1400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단일호봉제 도입, 특별 격려금 300만원 지급, 축하 격려금 250%, 2교대 수당 인상 등 고정비 인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측은 고정비 인상을 최소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 생존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정비가 인상되면 오는 9월 위탁 생산이 끝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경쟁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르노삼성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때 노사가 뭉쳐 어려움을 해결한 전례가 있는데 지금도 위기임을 인식하고 노사가 힘을 합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9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계약이 끝나는 소형 SUV 로그는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21만여대 중 절반가량인 10만7000여대에 달할 정도로 이 회사의 주력 생산 차종이다. 2014년 로그 위탁생산 배정 경쟁 당시 부산공장은 낮은 인건비를 최대 무기로 앞세워 닛산의 일본 규슈공장을 힘겹게 제쳤다고 한다. 로그의 후속 물량이 부산공장에 배정되지 않고 르노·닛산얼라이언스의 해외 다른 생산기지로 가버린다면 르노삼성은 당장 생산인력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진다. 르노그룹의 경고는 지난해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우리에게 큰 우려를 안긴다.
그동안 이렇다 할 노사분규가 없었던 르노삼성은 지난해 임단협 갱신 교섭에서 기본급 등 고정비 인상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으로 아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등을 요구하며 작년 10월부터 지금까지 28차례 부분파업(104시간)을 벌였다. 회사 측은 최근 조사에서 부산공장 인건비가 일본 공장보다 20%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와 노조 측 요구대로 인건비를 올리면 로그 후속 물량 유치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모습은 경기 둔화에 대비하고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글로벌 메이커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GM은 석 달 전 북미 5곳, 해외 2곳 등 총 7곳 공장 폐쇄와 1만4000명 감원을 골자로 선제적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한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포드, 테슬라, 일본 도요타, 닛산, 독일 폭스바겐 등도 줄이어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시정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암울하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