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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누리과정 사태' 발생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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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누리과정 사태' 발생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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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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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필요한 재원을 시·도 교육청과 절반씩 부담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는 국가가 책임지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시·도 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라 교육감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과거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정청은 9일 협의에서 내년부터 2024년까지 고교 무상교육 총 소요액의 약 50%씩을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올해 2학기 시작되는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 시행되는 2021년에는 실제 소요금액의 47.5%를 '증액교부금'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증액교부금이란 부득이한 수요가 있을 경우 국가 예산에서 별도로 교부할 수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한 종류다. 세수 변동과 관계없이 실제 소요액만큼 예산확보가 가능해 정부 부담분 마련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할 5%를 제외하면, 남은 47.5%는 교육청에 예산 협조를 구해야 한다. 당정청 방안대로면 2021년에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이 시행되면서 1조9951억원이 소요되는데, 17개 시·도 교육청이 9466억원을 부담하게 된다.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이 이미 저소득층 고등학생 지원에 상당한 금액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이 돈을 무상교육에 돌리면 새로 짊어질 부담은 크지 않다고 낙관한다. 시·도 교육청은 이미 저소득층 고등학생 학비 지원 사업 등으로 5380억원가량을, 국가는 저소득층 고등학생 지원에 약 148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고교 3학년 무상교육이 시작되는 올해는 재원 조달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이 올해 2학기 추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2500억원 정도인데 지난해 예상보다 국세가 더 걷히면서 세계잉여금(초과세입과 쓰지 않고 남은 돈을 합한 금액)이 5조2000억원가량 교육청에 추가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부터다. 전면 시행되는 2021년에 교육청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4078억원을 어떻게 마련할지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고등학교가 가장 많은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고교 1∼3학년 무상교육에 기존 지원분을 제외하고 4866억원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1년 예산은 올해 기준 15조4000억여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비 예산은 7조40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경기교육청만 보더라도 고교 무상교육에 한해 사업 예산의 6.5% 가량을 더 쓰는 셈이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이처럼 예산의 5% 안팎을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하게 되면 다른 공약 사업은 그만큼 예산이 줄어들어 차질을 빚게 된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의 모임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제2의 누리과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교 무상교육 관련해서 시도 교육청에 재정 부담이 갈 것을 우려해서 고교 무상교육 일정이 확정도 되기 전에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 무상교육 예산 전부를 국가가 부담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재원 부담에 부정적인 교육감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누리과정 사태'가 재연될 위험이 있다. 현 교육감이 당·정·청 안에 협조한다고 해도 3년 뒤 선출되는 새 교육감이 어떤 생각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정부는 누리과정 시행 예산 일부를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려 했다. 이에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면서 '보육 대란'이 발생했다. 수년간 실랑이를 벌이다 현 정부 출범 후 전액 중앙정부가 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을 놓고 중앙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갈등을 빚는다면 이는 누리과정의 재판이 될 것이다. 원래 2020년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덜컥 1년을 앞당겼다. 이미 실시하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어떤 식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지,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연구하고 치밀하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감들의 협조만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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