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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제3의 콜테조합원 없는지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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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제3의 콜테조합원 없는지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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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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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매일신문 .>

국내 최장기 노사분규 사업장이던 콜텍 노사가 13년째 이어져 온 갈등을 공식적으로 끝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박영호 콜텍 사장은 23일 서울 강서구 한국가스공사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노사 합의문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콜텍의 복직 투쟁과 노사 합의를 이끈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 지회장과 올해 60세로 정년을 맞이하는 김경봉 조합원 등도 조인식에 참석했다. 전날까지 42일간 단식한 임재춘 조합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박영호 콜텍 대표는 "13년째 끌어온 분규가 원만히 타결돼 합의를 이룬 데 대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원들이 13년 동안 가정을 못 들어가고 길거리 생활을 했는데 빨리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가 정상적 사회생활을 하고 건강도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인근 지회장은 "지난 13년은 참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 그 모진 세월에 마침표를 찍어 기쁘다"며 "앞으로 잘못된 정리해고로 노동자가 고통받는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콜텍 노사는 작년 말부터 9차에 걸쳐 정회를 반복하며 이뤄진 교섭을 거쳐 전날 극적으로 잠정 합의에 이른 데 이어 이날 잠정 합의안에 정식 서명했다. 합의에 따라 이인근 지회장 등 농성자 3명은 5월2일 복직해 같은 달 30일에 퇴직하는 '명예복직'을 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콜텍지회 조합원 25명에게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으며, 양측이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소송은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복직 노동자의 처우와 합의금액 등은 양측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콜텍 사태는 지난 시절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노동자 기본권 침해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한다. 고도성장과 이윤 추구 우선의 사회 풍조 속에서 최대 피해자는 노동자였다. 콜텍 사태에서도 비용 증가를 이유로 현장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콜텍은 기타를 만드는 업체로, 전자기타와 통기타를 각각 제조한 콜트악기와 콜텍 등 2개의 공장을 두고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을 인정받으며 한때 세계 기타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비용 증가 등 경영상의 이유로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이전하면서 잇따라 노동자 집단 해고를 강행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정리해고에 따른 것이다. 기업이 긴박한 상황에 부닥쳤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윤만을 우선시하며 기본권인 노동자의 생존권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한 처사였다.


노동자 분신시도 사태까지 치닫는 처절한 상황까지 초래됐지만 노사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고 싸움은 법정으로 갔다. 노조는 1심에서 패소했으나 2009년 11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정리해고를 단행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3년 뒤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경영상 긴박한 위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장래에 닥칠 위기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납득이 어려운 판결이 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때 일어난 일이다. 지난해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양 대법원장 체제의 재판거래 정황에 콜텍 사건을 포함하면서 대법원판결은 정당성을 잃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노동자 생존권을 가볍게 여긴 데다 재판거래까지 개입된 부조리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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