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지난 한 주를 뜨겁게 달군 선거법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패스트트랙 정국이 주말을 거쳐 이번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26일 밤 가까스로 개의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1시간 만에 산회했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항에 막혀 개의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여전히 패스트트랙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한국당 역시 절대 물러설 수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말 그대로 난장판이다. 국회 점거 농성이 재등장하고 몸싸움, 고성, 막말이 난무해 민의의 전당이라기보다는 '동물 국회'나 다름없다. 공직선거법이라든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대상에 오른 법안들이 민생 법안도 아닌데 여야의 싸움은 가히 사생결단 식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를 점거 중인 자유한국당을 국회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력행사를 이어갔다. 여야의 당리당략 앞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니 국민 입장에선 혀를 찰 일이다.
패스트트랙 실력 저지에 나선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 '빠루(노루발못뽑이)'까지 들고나와 자유와 민주를 위한 투쟁이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국민에게는 설득력이 약하다. 선거제 개혁만 해도 한국당은 줄곧 침묵을 지키다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비치자 '연동형 비례대표 검토'라는 지난해 12월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비례대표 폐지와 지역구 축소 등 실현 불가능한 안을 불쑥 내놓았다. 공수처 설치에도 이렇다 할 대안없이 시간 끌기로 버텨왔다.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저지를 위해 의안과 등 국회 사무실 곳곳을 점거한 채 여당 의원과 국회 직원들의 출입을 차단한 것은 자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몸싸움 방지를 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나 다름없다.
바른미래당의 행보도 비판받을 만하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정개특위 및 사개특위 위원을 팩스로 신청서를 제출해가며 사·보임 조치한 지도부도 그렇고 당내에서 민주적 절차인 표결로 결정된 사안이 자신의 정치철학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끝까지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행태에서 민주 정당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여당도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게임의 규칙인 선거제도만큼은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것이 여의도의 관례다. 비록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제1야당인 한국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권이 그동안 주창해온 협치를 끝까지 포기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공수처법 및 검·경 수사권 조정법과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로 한 합의 자체가 당리당략적이라는 지적도 여당은 아프게 들어야 한다. 민주당이 공수처 기소대상에서 국회의원과 대통령 친·인척을 뺀 공수처법안에 동의한 것도 국민에겐 실망스러운 일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민생 정치는 실종 상태다. 현안이 쌓여있는 4월 임시국회는 여야가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 한 채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공방에 이어 패스트트랙 갈등으로 허송세월하고 있다. 조선을 망국으로 이끈 당쟁을 연상시키는 듯한 여야의 싸움에 국민은 화가 나고 지친다. 정치 혐오증이 커지면 대의제 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어느 날 갑자기 화산처럼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여의도 정치권이 더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란다. 여야 모두 이성을 되찾아 하루빨리 국회정상화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