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나란히 걸어 평화의 상징물이 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도보다리'를 1일부터 일반인들도 걸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판문점 견학 행사를 이날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견학 신청을 한 후 출입 허가를 받은 민간인은 작년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TV나 신문 등을 통해 접한 주요 장소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 하늘색 도보다리와 공동 기념식수 장소 등도 개방된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당시 체코, 폴란드, 스위스, 스웨덴)가 임무 수행을 위해 짧은 거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습지 위에 건설한 다리다. 1차 남북정상회담 때 두 정상은 하늘색 페인트를 칠하고 단장한 도보다리를 나란히 걸어 다리 끝에 있는 101번째 군사분계선 표식물을 함께 살펴봤다. 이후 표식물 근처 벤치에서 원형 탁자를 가운데 두고 1m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로 마주 앉아 30분간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또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군사분계선 인근의 '소 떼 길'에 소나무 한그루를 공동식수했다. 이 소나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해인 1953년생이다. 식수 표지석에는 '평화와 번영을 심다'라는 문구와 함께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서명이 새겨졌다. 국방부는 이들 장소 개방한 것에 대해 "방문객들이 평화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낮아졌음을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에 따라 남북교류와 협력 역시 답보 상태다. 단계적 비핵화 및 제재완화를 주장하는 북한과 일괄적 비핵화를 고수하는 미국은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하며 기 싸움과 입씨름을 계속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30일 미국이 연말까지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원치 않는 결과를 보게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최 제1 부상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공개적으로 다시 확인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종속된 듯한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남북관계 개선이 더딘 것은 교류·협력이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 틀을 뛰어넘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나온 것은 제재를 견디지 못한 결과라고 믿을 정도로 미국은 대북제재가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한 남북 협력이 발전하기 어려운데 미국은 대북제재 유지 입장이 확고하다.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고사하고 이산가족화상상봉, 독감 치료제 전달 등 인도적 차원의 교류도 필요 장비 반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제재의 벽을 뚫기 쉽지 않다.
북한은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에 끌려다니지 말고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 교착 속에 남북관계만 앞서나가서는 안 된다며 견제하는 양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평화 여정을 지속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꺼지지 않게 여건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북 군사 긴장 완화, 인도적 교류와 지원, 민간교류 등 제재의 틀 안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관계 개선과 평화 방안을 창조적으로,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 북한은 이런 노력에 호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