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 통화를 하고 북한이 발사체 발사에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가능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한이 최근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리며 한반도 정세에 긴장감이 높아지는 형국이 됐으나, 한미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의 대화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이룬 셈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내고 한미정상이 이날 오후 10시부터 35분간 통화하며 이같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지난 4일 북한의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한미 정상은 또 북한의 발사 직후 한미 양국 정부가 긴밀한 공조하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한 것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발사 이후 정보를 공유하며 발사체의 제원을 함께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 발사체를 '미사일'로 단정 짓거나 북한을 비난하는 일 등은 자제했다. 한미 양국의 이런 절제된 대응에는 '대화 동력 유지'에 방점을 찍고 이번 사태를 풀어가야 한다는 인식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신한 트윗 메시지가 북한을 계속 긍정적 방향으로 견인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3시간 만에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양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최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 식량 실태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북한의 단거리발사체 발사를 계기로 미국 의회 내에서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접근법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긴장 유발 행위가 남북 간 신뢰를 해치는 동시에 북미 간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자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요구된다. 특히 북한의 이번 발사는 한미의 연례적인 군사훈련보다는 훨씬 더 위협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연말까지를 협상의 시한으로 정해 놓고 한미를 압박하고 있고 내년에 미국 대선이 있어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복잡한 국제정세 틈바구니에서 평화 유지가 살얼음판 위를 걷듯 어려운 한반도이기에 사소한 일이라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정치적, 외교적으로 당장 해법이 나올 수 없다면 경제적, 인도적인 차원에서 교류가 재개돼 상호 신뢰의 싹을 키워가야 한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동의를 받아 취임 후 처음으로 8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방문하는 행보는 바람직하다. 아울러 북한의 식량 사정이 지난 10년 사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군사적인 갈등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대북 식량지원도 효과적인 수단이다. 미국과 유엔은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서 문을 열어놔야 한다.